암환자 호스피스 도움 7.3%뿐
비용 비싸고 병상 턱없이 부족
긍정적으로 삶 마무리할 수 있는
또 다른 선택권 활발한 논의를 얼마 전 첫 존엄사 결정이 이뤄낸 ‘김 할머니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었다. 그리고 이런 결정이 수많은 논의와 검토를 거친 후에 내려졌음에도, 수개월 동안 자발호흡이 이어지자 존엄사가 결코 쉽게 결정될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과연 우리 사회가 존엄사를 위한 충분한 여건이 갖추어져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존엄사’라는 것은 글자 그대로 질병이 가져다주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선택권 역시 산소마스크를 벗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통스러운 약물치료를 받다가 미처 죽음에 대한 예비도 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해야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보다는 환자 스스로 죽음에 대한 충분한 마음의 준비를 거쳐 더욱 능동적이고 긍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선택권, 즉 호스피스 제도에 대한 선택권은 거의 주어지지 않고 있다. 2008년 기준으로 전체 암 사망자 중 호스피스 기관에서 사망한 환자 비율은 7.3%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거의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수치와는 상반되게 2004년에는 전 국민의 약 50%에 불과하던 호스피스에 대한 선호도가 80%를 웃돌기 시작했다는 자료가 발표되었다. 이처럼 국민의 선호도와 이용률 간에 큰 괴리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국민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는 제도의 미비와 정부의 미온한 태도를 지적할 수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지적되는 문제점으로는 인구 대비 적정치인 2500병상에 턱없이 모자라는 호스피스 병상의 실태를 꼬집을 수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자료를 보면, 2008년까지 확보된 병상은 524병상으로,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들의 10~20% 선에 불과한 수치다. 더군다나 대다수 호스피스 기관들은 종교재단 차원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정부의 지원은 실질적으로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다행히 최근 복지부가 2015년까지 호스피스 병상 확보 계획을 발표하였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다른 원인으로는 호스피스 기관 이용에 따르는 고비용의 의료비 부담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환자 1인당 월 40만~50만원이 들어가는 의료비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해 호스피스 이용을 꺼리게 만든다. 이들을 위해 호스피스 제도에 일부 시험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을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노인장기요양보호 제도 등의 사회보험제도 확대를 통하여 경제적인 이유로 연명 중단을 선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호스피스 제도에 대한 정부의 홍보 부족도 호스피스 이용률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다.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호스피스 제도가 가진 긍정적인 면을 알리는 캠페인은 일부 의료기관이나 종교재단 차원에서 이루어질 뿐 정부 주도 차원에서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는 환자에게 치료를 권유하듯 자연스레 호스피스를 권유하는 문화는 정착되어 있지 못하다. 현재 존엄사에 대해 이루어지고 있는 논의들은 존엄사의 타당성 문제에만 집중된 듯하다. 이 때문에 또다른 선택권, 말기환자가 삶을 긍정적으로 마무리지을 수 있는 호스피스 제도에 대한 논의와 관심은 많이 배제된 듯하다. 존엄사는 인간다움을 영위하기 위해 자기결정권을 행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에게 인간다움을 보장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이에 앞서 호스피스라는 또다른 선택에 대한 기회가 충분이 주어지는 것은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
조성현 전남대 법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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