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한번 정기휴무일조차 반납 처지
종사자 건강권 심각한 침해
지금도 인력 부족으로 아파도 못쉬어 최근 백화점 영업시간 연장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그간 주요 백화점들은 암암리에 주말 영업시간 연장과 우수소비고객(VVIP)을 대상으로 영업시간 연장(이른바 ‘나이트 파티’)을 통해 매출 향상을 꾀했다. 그것도 모자라 각 업체들은 2010년부터 “영업 마감시간을 현행 7시30분에서 9시로 1시간30분 연장하고, 1월 신정 하루만 제외하고 연중무휴제로 운영하겠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백화점 종사자들은 그나마 한 달에 한 번 주어졌던 정기휴무일조차 출근해야 할 처지다. 최근 주요 백화점의 연장영업과 야간영업 확대는 대형마트 24시간 영업과 맞물려, 해당 종사자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현재 유통업의 주 5일제 시행비율이 29.9%(서비스 평균 40.7%)에 불과한 실정에서 영업시간 연장은 과다 노동으로 과로사를 유발할 수도 있다. 실제 백화점 판매사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약 64.8시간(서비스 평균 47.9시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극소수의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한 정기휴무 행사나 영업시간 연장은 사실상 “1년 365일, 쉬는 날 없이 일하라”는 소리다. 지금도 현장에서는 인력부족으로 아파도 쉬지 못하고 출근하는 이들이 다수다. 그나마 주 1회였던 정기휴무까지 출근하라는 것은 공장의 기계가 쉴 틈 없이 돌아가듯,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기업의 매출을 위해서라면 쉬지 않고 일하라는 얘기다. 이렇게 쉴 시간조차 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보니 판매사원들의 몸 상태는 엉망이다. 겨우 몸을 추스르고 출근하더라도 오랜 시간 서서 일하는 관계로 어깨와 허리·목 등의 근골격계 질환(22~35%)이나 하지정맥류 증상(5년 이상 근무자 41.1%)과 같은 업무상 질병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이유로 노동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대형유통업체의 영업시간 제한과 주 1회 정기휴점제 시행을 촉구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캠페인과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 우리와 달리 선진국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인권 보호와 시장 질서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대형유통업체의 적절한 영업시간 제한과 정기휴점제(일요일과 공휴일 폐점)를 시행하고 있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보면, 노동시간 단축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수단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 여가생활을 보내도록 하기 위한 삶의 질 향상에 더 큰 목적이 있다. 무릇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존권과 존엄성이 보장돼야 한다. 세계인권선언에도 나와 있듯이, 이런 이유로 일할 권리(23조, 마음 놓고 일하기 위해) 다음에 쉴 권리(24조, 쉬는 것도 중요하다)를 규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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