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과일·채소 무상급식 추세
저소득층 아이일수록 섭취량 적어
계층간 영양불균형 해소할 뿐아니라
농민에겐 안정판로 지역농업 살려 일본의 식육기본법을 참고한 ‘식생활교육지원법’이 며칠 전 공식 발효되었다. 이제 국가와 지자체가 5년마다 식생활교육계획을 수립하여, 학교를 비롯한 전 국민들에게 건강한 식생활과 전통 음식문화의 중요성, 지구온난화 시대에 지역산 식재료의 중요성을 중심으로 각종 체험교육과 캠페인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전세계적으로 음식과 식사가 건강과 지역 농업, 그리고 지구환경 보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져가고 있고, 특히 아동 당뇨와 비만이 급증하는 추세 속에서 각국 정부가 아이들의 식생활 개선을 통한 건강 증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아직까지 소개되고 있지 않은 것이, 각국 정부들이 우유급식뿐만 아니라 2000년대 들어 유치원과 학교 어린이들에게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간식으로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식생활교육지원법이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아이들의 식생활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오려면, 신선한 지역산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미국은 2002년 이 제도를 시범도입한 후에 초등학교 아이들의 과일·채소 섭취량이 늘어나고 식생활 개선의 성과가 우수하자, 2008년 농업법 개정 때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예산도 향후 5년간 5억달러로 대폭 늘렸다. 캐나다도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와 온타리오주에서 2005년부터 조금씩 확대해가며 시행하고 있다. 유럽연합도 각 회원국들이 자체적으로 시행해 본 후 성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나자, 2009년 하반기부터 유럽연합 차원에서 매년 9000만유로의 기금을 투입해 각국 정부와 매칭펀드 50% 형태로 6~10살 아이들에게 과일·채소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인근 지역에서 과일·채소의 재배 과정과 수확을 직접 체험하면서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농촌체험 및 식생활 교육을 한다. 교육과 건강 증진의 차원에서 이 정책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이유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는 저소득층 아이들일수록 섭취량이 적고, 따라서 계층간 영양 불균형의 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국가가 먹거리로 인한 건강 불평등을 방지하고 사회적 보건비용을 사전에 줄이기 위해 직접 개입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저소득층 밀집지역의 학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더불어 이 정책을 통해 지역 농민들의 안정적인 농산물 판로를 보장하고 과채류 가격을 안정화하는 기능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다. 여러 과일·채소 품목 중에서 수확철을 맞아 가격이 급락하는 품목이 있으면 이를 집중 공급하여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재 쌀에 집중되어 있는 농업 생산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그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 캐나다는 모두 농업 관련 부처가 이 정책을 집행하고 교육 및 보건부처가 공동보조를 맞춰 시행하고 있다. 여전히 무상 학교급식과 우유급식 여부에 사회적 논의가 맞춰져 있는 우리나라에서, 과일과 채소를 학교급식 외에 간식 차원으로 무료로 공급하는 방안을 이제는 본격적으로 논의해 보아야 할 때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을 증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정책과제가 또 있을까? 예산이 부족하다면 처음엔 대상 연령과 공급 기간을 한정하고 공급 주기도 주 1회부터 시작해보고, 성과가 나타나면 차츰 늘려가면 될 것이다. 당장 정부가 나서는 것이 쉽지 않다면 뜻있는 지자체가 시범적으로 나서는 것도 좋을 것이다. 허남혁 대구대 강사·농식품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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