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유치원·놀이학교·명품유치원…
유아 사교육기관 난립
초기교육 질적 양극화 방치 안된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교육 이외에 다른 어떤 것도 적합하지 않은 어린 시기를 허락하셨다.’ 시대를 뛰어넘는 위대한 교육학자 코메니우스의 말이다. 어린 시기에 적합한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이 말은,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유아교육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많은 학자들이 유아기 교육과 양육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제로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프로이트는 만 3~5살 때 부모의 양육 방식과 교육으로 인간의 성격이 형성된다고 했다. 또한 미국의 저명한 교육심리학자인 데이비드 와이카트는 유아기에 적합한 교육이 이후 고등교육의 7배에 해당하는 큰 효과가 있음을 장기간의 종단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역시 유아기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취임 직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만 5살 교육을 케이그레이드(K-grade) 과정으로 공교육 체제에 포함시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역시 대부분 유아교육을 공교육의 영역에서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의무교육이 아니더라도 취원율이 97%에 육박해 사실상 의무교육이 되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에서 현행법상으로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학교는 ‘유치원’ 하나이다. 정식으로 대통령령에 준하는 시설과 조건을 갖추고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나 교육감에게 인가를 받아 운영되는 유치원이 공식적으로 만 3~5살 유아의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이것은 법령상의 이야기일 뿐, 실제로는 수많은 유아 사교육기관이 난립하고 있다. 현행 유아교육 과정상 포함되지 않은 외국어 교육을 교육의 중심으로 내세워 ‘영어 유치원’이라는 현행법상 불법인 이름을 사용하는 영어학원 유치부에서부터 사설 교육기관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학교’라는 명칭을 버젓이 사용하고 있는 ‘○○놀이학교’라는 이름의 정체 불명의 기관, 각종 사설 학원에 이르기까지 유아교육을 담당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는 기관은 셀 수 없을 정도로 그 종류가 다양하고 그 수 또한 엄청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아니다. 바로 이렇게 중요한 유아기에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수많은 아이들이다. 대한민국의 다음 세대인 아이들, 차세대의 양성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사람보다 중요한 게 너무나 많은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어린아이들은 여전히 제일 먼저 외면되는 존재이다.
대한민국 유아교육의 심각한 질적 양극화는 헌법 31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는 조항을 유명무실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나라에서 책임지고 있지 못한 유아교육의 영역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최고의 교사진과 시설을 자랑하며, 한 달 원비가 100만~200만원을 호가하는 이른바 명품 유치원 내지 사설 유아교육기관이 존재하는 반면, 열악한 시설과 자격 미달의 교사, 아동 학대와 수업료 횡령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저질의 유아교육기관 또한 수없이 많은 것이 2009년 한국 유아교육 현장의 실상이다. 김주영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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