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교과서 공동 인쇄하면서
정가·제조원가 20% 거품
너무 싸다는 여론호도 이해못해 초중고 교과서의 부실 원인으로 ‘교과서 가격이 자장면 한 그릇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난해 대학교수가 쓴 한 경제신문의 칼럼을 보았다. 다른 경제신문에서는 올 6월 참고서가 필요 없는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서 2배 이상 교과서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교과서 가격담당 공무원의 주장을 실었다. 지난해 국정과제 연구 결과에서 교과서 정가가 비싸면서 부실하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교과서 선진화를 내세우며 오히려 가격만 올리기 위한 여론 호도와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는 우리나라의 교과서 가격정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건국 이래 처음으로 국정교과서는 2007년도 조달청 입찰에 부쳐 전년도 집행된 금액보다 30% 절감된 약 380억원에 발행자를 선정하였다. 그리고 2008년 8월30일 검정교과서 공동인쇄·발행 의무사항을 삭제하였다. 2009학년도 검정교과서는 출판사 자율로 검정교과서도 개별인쇄·발행과 함께 가격 자율화를 실시하였더라면 약 20%에 이르는 280억원 정도의 거품 가격 제거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자율적인 개별인쇄·발행은 공동인쇄·발행제를 고수하려는 세력들과 중소 출판사의 저항에 밀려 무산되고 말았다. 강제된 2009학년도 검정교과서의 공동인쇄·발행에 대한 정가는 세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 검정교과서는 국정교과서와 달리 여러 출판사의 한 과목을 공동인쇄·발행을 하면서 주문량이 많은 교과서와 주문량이 적은 교과서를 가중 평균하여 정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생산원가가 높다. 중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를 예로 들어보자. 검정에 합격한 출판사 교과서의 종류는 18종인데, 가장 많이 주문된 교과서는 엔(N)출판사의 14만부이고 가장 적게 주문된 교과서는 500부이다. 14만부 교과서의 한 권당 가격은 1799원으로 산정되지만, 500부밖에 주문되지 않은 교과서의 한 권당 가격은 6만5000원으로 무려 36배나 높다. 둘째, 검정교과서의 공동발행 생산은 입찰 예정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원가 계산처럼 주문 전에 예정 원가(Predetermined Cost)를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을 받아 실제 원가(Actual cost)를 산정한다. 인쇄·제본비는 28년 동안 실제 거래해온 표준단가를 두고 교과서와 무관한 2배나 높은 조달청 인쇄요금을 적용하여 원가를 부풀렸다. 셋째, 국가계약법에서 제조원가 계산의 이윤율은 재료비, 노무비, 경비, 일반관리비를 합한 금액의 10%를 계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방식은 1990년 초에 재료비와 외주비를 제외한 나머지 원가와 비용의 25%를 계산하는 부가가치 방법으로 개정되었고, 이 원칙은 교과서 정가 결정을 위한 가격 사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런데 2009학년도 검정교과서는 재료비만을 제외하고 외주 생산되는 인쇄·제본비를 포함하여 이윤을 과다계상하였다. 김오수 한국원가공학회장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