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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1.15 18:36 수정 : 2009.11.15 21:33





15번 만화식 설문 혼란 야기
정답 없음 논란 부를 수 있다

먼저 객관식 시험문제, 그것도 수능시험에서 오류 없이 출제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잘 알고 있다. 올해 수능 사회탐구 ‘법과 사회’ 과목 출제는 과연 수능시험 수준에 걸맞은 것인지 의문을 지울 수 없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2번 문제를 보자. 답항 ①의 ‘입증’이라는 용어는 민사소송법상 ‘증명’으로 바뀌었음을 지적하고 싶다. 물론 실무계에서는 여전히 과거처럼 관행적으로 입증이라는 용어를 쓰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입증’이 일반 국민에게 낯선 일본식 표현이어서 개정된 것임을 생각하면, 우리 학생들에게는 증명이라고 가르치는 것이 옳다.

다음으로 15번 문제를 보자. 이 문제는 수험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화식으로 설문을 구성했는데, 결과적으로는 혼란을 야기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먼저 그림 (가)에는 매도인 갑이 “제 집을 1억원에 팔겠습니다”라고 하자 매수인 을이 “좋아요. 그럼 1억원에 사겠습니다”라고 답한다. 이 (가)에 대해 옳은 지문으로 출제된 ㄱ은 “(가)에서 갑과 을은 모두 채권을 취득한다”고 한다. ㄱ의 출제의도는 매매계약이 계약서 작성과 같은 형식 없이도 당사자의 합의만으로 성립하는 계약(전문용어로 낙성계약)임을 묻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매매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계약에 구속된다는 당사자의 의사(전문용어로는 채무부담의사)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림 (가)에서처럼 집 앞에서 집 주인과 집을 사려고 하는 자 사이에 매매 목적물과 매매대금에 대한 형식적 합의가 있다고 해서 언제나 바로 계약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계약교섭이 있었으나 그것이 중단된 것으로 보아 계약성립을 부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매매대금에 대해서는 일응 합의가 있었으나, 대금지급 방법과 시기 그리고 소유권이전 시기 등에 관해 당사자들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결국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다면 어떠한가? 아마도 계약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다음 그림 (라)에서는 매도인과 매수인이 함께 등기소로 가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이에 대해 틀린 지문으로 출제된 ㄹ은 “(라)에서 등기로 인하여 등기부의 표제부에 변경이 있게 된다”고 한다. 출제의도는 아마도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하는 것이므로 표제부가 아니라 <갑구>에 변경이 있게 된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제나 표제부의 변경이 배제되는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만약 매매 대상이 구분가능한 건물의 일부인 경우 먼저 표제부에 분할 등기를 한 뒤 이전등기를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 (가)에 나오는 주택이 단독주택인지 아니면 다가구 등 구분건물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통상 건물의 구분소유권의 거래의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도 그림 (가)에서처럼 ‘내 집’ 또는 내 아파트를 판다고 말하는 것이 언어관용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전체적으로 이 문제는 ‘정답 없음’ 논란이 우려된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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