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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1.11 21:34 수정 : 2009.11.11 21:34

경찰과 군인은 포함되면서
학생과 접촉많은 교사 빠져 있는 등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
해결은 민주적 결정뿐

신종 플루로 인한 감염자가 속출하고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신종 플루 예방에 효과적인 방법인 백신 접종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감염은 날고 있는데, 백신 공급은 기고 있는 현실에서 우선접종 집단을 결정하는 일은 피할 수 없으며, 조기에 이를 접종받지 못하는 집단의 불만이 생기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물론 충분한 양의 백신을 조기에 마련하지 않은 정부에 책임이 있지만, 지금 이를 탓한다고 뾰족한 해결책이 없으니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그런데 정부가 10월22일에 발표한 신종 플루 예방접종 시행 계획을 보면 백신 우선접종 대상과 관련해서 이해되지 않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당뇨병 환자 중 인슐린 주사를 맞는 환자만 포함되고, 당뇨병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먹는 당뇨병약 복용자는 제외되어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아마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고 정부도 이를 상세히 홍보하지 않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어느 나라에서도 먹는 당뇨병약 복용자를 우선접종 대상에서 제외하는 지침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들을 배제할 아무런 의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이상한 것은 경찰과 군인이 우선접종 대상자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경찰과 군인이 국가안보와 질서를 지키는 데 중요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우선접종 순위에 들어갈 수는 없다. 누가 어떤 직종이 다른 직종보다 더 중요하다고 결정할 수 있는가. 어느 나라도 이들을 우선접종 대상에 포함하고 있지 않다. 집단생활로 인한 감염이 문제가 된다면 우선순위는 집단생활을 하는 군인과 전의경에 국한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의문은 있다. 집단생활을 하는 다른 사람들, 예를 들어 기숙사에 거주하는 노동자나 대학생은 왜 우선순위에 포함되지 않는가? 감염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고등학생과 가장 빈번히 접촉하는 교사는 왜 우선접종 대상에서 빠져 있는가? 백신의 우선접종 순위 결정은 예방접종심의위원회를 통해서 감염 위험성과 전염 차단 효과가 큰 순서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심의위원회의 결정이 순전히 전문적 근거에 의해 내려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어느 전문가도 군인과 경찰을 당뇨병 환자보다 우선순위에 둘 리 없기 때문이다. 백신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선순위를 둘러싼 논란은 피할 수 없다.

이런 경우 해결책은 이를 공개적 논의를 통해서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근거가 확실한 전문적 의견을 바탕으로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더디고 복잡한 과정일 수도 있으나,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을 줄이고, 양보를 통한 국민적 합의를 만들 수 있는 과정이다. 접종이 이미 시작된 상태에서 이런 논의를 할 시점이 이미 지나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잘못된 결정은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모두 우선접종 대상자에 포함해야 한다.

조홍준 울산의대 교수·가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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