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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1.08 17:59 수정 : 2009.11.08 17:59





로스쿨 등 고시트랙 설정
이를 준비하는 학생에게 혜택 줘
건물 빌려쓰고 선후배 연결고리도 없어

최근 각 대학들이 자율전공학부를 신설하고 있다. 대학마다 자율전공학부, 자유전공학부, 일반학부 등으로 그 명칭을 달리하고 있기는 하지만, 획일화되고 제한된 전공학습과정의 틀에서 벗어나자는 것에 공통된 의미를 두고 있다. 다양한 전공학습과 수준 높은 인문교육을 통하여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갖춘 미래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는 강도 높은 전인교육을 통하여 사회에 봉사할 올바른 인간관을 지닌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유럽과 미국의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 그 모델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런 취지에서 출발한 자율전공학부를 두고 안팎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먼저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은 설립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자율전공학부의 고시학원화이다. 대다수 자율전공학부가 로스쿨 입학이나 각종 고시 등을 준비하기 위한 트랙을 설정하고, 이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며 고시 준비를 유도하고 있다. 일부 대학은 대외 입시요강에 재학중 고시합격자에게 등록금을 지원하겠다는 글까지 버젓이 게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자율전공학부의 설립이 로스쿨 등 전문대학원의 개설로 인하여 발생한 잉여인원을 충원하기 위하여 이루어졌다는 것에 있다. 이 때문에 창의적인 인재 양성이라는 근본 취지에 부합하는 충분한 검토와 준비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각 대학이 성급하게 자율전공학부의 설립을 결정한 것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졸속행정으로 인해 방향을 잃은 자율전공학부는 고시학원과 다를 바 없이 되어버렸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 되었다.

실제로 자율전공학부 내의 학생들은 무책임한 대학행정에 대해 많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학부 건물이 아예 없거나, 그나마도 법과대학을 빌려 쓰고 있는 경우가 많아 동아리나 학생회 활동 등을 할 수 없어 원활한 대학생활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신입생들을 이끌어줄 선배들과의 연결고리가 없어 입학부터 어려움을 겪기 다반사이고, 겨우 서너 명만이 배정된 지도교수와의 소통도 어려워 진로 설정에 많은 제한을 받는다고 한다. 이런 문제로 대학생활 자체에 회의를 느끼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실정에도 대학들은 자율전공학부에 산재한 문제점 개선은 뒤로한 채, 로스쿨 입학과 고시 합격 및 신입생 모집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자율전공학부를 신설한 대학들은 학생들이 더는 졸속행정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 때문에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만약 대학들이 자율전공학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확대하여 나갈 것이라면 본취지에 걸맞은 교육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 개개인이 교수와의 긴밀한 유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판에 박힌 고시공부가 아니라 창의성을 펼칠 수 있는 기초 학문 능력 함양과 건강한 사회 구성원의 밑거름이 될 인문교육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조성현 서울 은평구 응암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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