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면서
반공 이데올로기와 주적의식만 세뇌교육
헌법적 가치를 제대로 가르치라 지난달 ‘군의 정치적 중립’ 원칙이 무너지고 있어 안타깝다는 기사를 보고 어째서 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가치가 이렇듯 쉽게 훼손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직도 한반도를 배회하는 반공 이데올로기의 망령 때문인가, 시대착오적인 냉전의식 주입 일변도의 정훈 교육과 극우세력의 주장이 세뇌 교육으로 다시 재개되고 있는 상황은 대한민국의 헌법 수호 단체인 국군이, 국민의 이름이 아닌 특정 세력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집단인가라는 우려 깊은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보니 얼마 전 국방부가 과거 제주 4·3사건을 좌익 무장폭동으로 교과서에서 수정할 것과 제5공화국 시절의 강압 통치 관련 내용 등을 삭제할 것을 요구한 일을 떠올리게 된다. 또한 이와 같은 역사 인식이 담긴 책자를 국방부에서 병영에 유포하는 행동은 65만 국군 장병들이 국군에 의해 희생당한 민중들의 영령들을 모신 위령탑 앞에서 얼굴을 들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다. 대한국군은 역사와 국민 앞에서 이런 행동을 하여도 부끄럽지 않은 지킴이라고 생각하기에 무반성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인가. 국군이 그렇게 자신만만한 수호 집단이지만, 국군 선배들이 피땀으로 지켜낸 대한민국의 가치를 표방하는 헌법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수많은 정훈 교육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고 교육을 하면서 헌법을 읽어본 국군 장병은 65만 정병들 중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정훈 교육에서 강조하는 것은 누구로부터 무엇을 지킬 것인가이다. 그런데 정훈 교육은 반공주의와 주적 의식, 그리고 북한 경제의 실패만을 강조한 대적관이 대세를 이루고, 무엇을 지킬 것이라는 내용은 뚜렷하지 않다. 지피지기 백전불패라는 고어에서 볼 수 있듯이, 대한민국 국군이 대한민국 헌법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자신이 지키려는 가치에 대한 숙고 없이 공허한 슬로건으로 반공 이데올로기와 주적 의식만 주입한 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국방부의 국가관은 정말 투철한 것인지 의아하다. 자신들이 무엇을 지키는지도 모르는 집단이 그 가치에 대한 수호 의지를 마음속 깊은 애국심으로 불태울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에는 75개의 법학대학이 있으며, 헌법학자와 법학연구원의 수는 그 배가 넘는다. 그들의 강연보다 극우 성향 인사의 초청강연이 그토록 시급한 사안인지,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을 내분을 조장하는 좌익세력들의 발호라고 교육하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것인지 의문이다. 지금이라도 국방부가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하는 최정예 집단이라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국가수호관을 헌법 가치에서 배우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역 대학과 연계하여 국군 선배들이 수호하려던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를 국군 장병들과 함께 마음으로 체득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헌법은 국군을 강한 군대로 만드는 가장 강력한 정신 전력이 될 것이다. 신재웅 서울 강남구 도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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