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를 댐이라 했다고
방송협회서 심의 보류
6m보, 댐 아니면 무엇?
말할 기회 균등해야 환경운동연합이 하고자 했던 라디오 광고가 심의에 걸렸다. 정부의 4대강 사업 정책을 비판했다는 까닭에서다. 광고의 ‘내용이 진실하지 않고,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광고를 심의한 한국방송협회가 내세운 이유였지만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정권의 사슬에 얽매인 협회가 대통령님의 심기를 어지럽힐 수 없다는 충정에서 내린 결론이라는 사실을 누가 모르겠는가. 결론이야 어떻든 그들이 내세운 이유는 따져봐야겠다. 내용이 진실하지 않다고 했는데, 무슨 내용이 거짓이라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는 광고에서 ‘댐을 스무개나 만든다. 그러면 물이 고이게 되고, 고인 물은 더러워지고, 우리 식수가 위협받는다’는 짧은 내용을 전했다. 이 내용이 진실하지 않다는 근거로 댐을 들었다. 보를 만드는 것이지 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높이 6m가 넘고, 강을 가로질러 물을 흐르지 못하도록 하는 이 시설이 댐이 아니라는 주장이 오히려 거짓이다. 팔당에서 유기농업에 종사하는 농민 최요왕씨는 광고에 출연해 ‘4대강 사업으로 유기농업단지 없애고 위락시설 짓는다는 것이 강 살리기냐’고 항변했다. 그분들은 상수원 보호를 위해 오래전부터 정부정책을 받아들여 유기농업에 종사하였고, 수도권 유기농산물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이 내용도 전혀 거짓이 아니다. 정부의 4대강 사업계획을 보면 수자원 확보와 수질 개선이 중심이지만 그렇게 해서 확보한 깨끗한, 많은 물을 상수원으로는 사용하지 않고, 수변유원지를 조성하여 유람선을 띄우겠다는 내용뿐이다. 집권 한나라당은 ‘정권 연장을 위해 4대강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말마저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업은 강 살리기가 아니라 권력 지키기 사업으로 규정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그동안 엄청난 세금을 써가며 4대강 사업을 홍보하고 있다. 정부홍보물이야말로 거짓투성이고, 국민이 곡해할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보를 만들면 물이 맑아진다는 우스꽝스런 내용에서부터 강바닥 모래를 파내야 강이 살아난다는 괴상망측한 내용에 이르기까지 몰상식진열장을 방불케 한다. 소비자가 오인할 수밖에 없는 정부홍보물은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데 시민단체의 진실한 목소리는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한국방송협회가 그런 내용을 심의할 수 있는 법적 기구도 아니다. 게다가 지난해 방송광고를 사전에 심의해 오던 방송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표현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이번 환경운동연합이 제작해 방송하려 한 라디오 광고를 심의 보류한 한국방송협회의 사전검열 행위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악의적 결정이다.
기회는 균등하게 주어져야 한다. 정부라고 해서 국민이 낸 세금을 마구잡이로 써가며 정책홍보의 덧칠을 하면서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표현의 자유를 사전검열로 차단해 버리는 이 나라의 국민은 얼마나 불행한가. 김석봉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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