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재’는 특별대우하면서
나라밖 우리 후손엔 고민없어
법무부 장관에 주어진
국적상실결정권도 악용 여지 국적법을 개정한단다. 법안심의와 국무회의를 거치며 또 조정될 수도 있다는데 뭐가 또 어떻게 바뀔까? “입법예고기간”은 5월21일부터 6월10일까지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온 나라가 슬픔에 싸여 있었다. 널리 국민 뜻 묻는다는 본래 뜻을 채웠을까? 지난 9월16일에 법제처 누리집에서 인쇄할 수 있었던 국적법 “신, 구 조문 대비표”를 기준으로 살펴본다. 누구를 위한 개정일까 의심가는 국적법. 첫째, 신설 7조 1항 3호와 10조는 “국익에 기여할 우수외국인재”는 국내 거주기간 요건 없이 국적 취득을 허용하고, “외국국적 포기하지 않아도” 우리나라 국적을 유지하게 한다. 역사문화공동체의 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데 최소한의 거주기간도 없이 그 모호한 “국익”이란 말을 특별대우의 잣대로 삼아도 좋은가? 둘째, “국익”만큼 모호한 개념 “우수인재”에 정신 팔린 국적법은 나라 잃은 시절 자기 땅을 떠난 백성의 후손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이 없다. 최소한 나라공동체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존심과 고난의 길을 떠난 백성에 대한 예의만 있어도 이런 불균형은 없을 것이다. 프랑스 국적법은 알제리 독립 전 현지에서 태어난 이들을 배려하고 독일은 히틀러 파시즘 때문에 이스라엘로 간 유대인들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국적을 잃은 사람들’로 인정했다. 셋째, 미국만 바라보자면 이중국적을 허용 않는 우리나라가 마치 구닥다리인 것 같지만, 과거 공격적 민족주의와 파시즘으로 전후 60년 넘게 반성하는 독일도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 국적을 선택하면 - 유럽연합 내부 국가들끼리 특수관계를 인정하긴 하지만 - 자연스레 독일 국적이 취소된다. 다른 나라 군대에 복무한 사실이 있으면 국적 선택도 어려울 수 있다. 그렇게 보자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타국적을 선택할 경우 대한민국 국적을 잃는다는 15조는 그리 딱딱한 법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하는 외국인에게 이중국적 다수국적 포기 조건과 시한을 고무줄처럼 느슨하게 하는 이유는 뭘까? 넷째, 개정안에 폭력적인 조항이 있다. 신설 22조 1항은, 이른바 “대한민국에 적대적 행위를 하거나 국익에 현저히 반하는 행위”를 하면 법무부 장관이 국적상실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신설 23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의 권한은 그 일부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출입국관리사무소장 또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출장소장에게 위임”한다. 옛 군사정권 때 정치참여형 재외동포들에 대해 “반정부”라 하여 귀국 때 준법서약서를 요구한 이상한 전설이 출입국사무소에서 재발되지 않을까?
다섯째, 단일국적이든 다수국적이든 한 번 취득한 국적을 사상과 종교와 인종을 이유로 박탈한다면 위헌이다. 걸핏하면 “대통령령”으로 세부규정을 미루는 국적법, 다수국적을 인정했다 뺏는 신설 조항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1970년대에 박탈당한 재외동포 참정권이 재도입된다고 한다. 개정 국적법은 이와 관련해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50만달러 이상 고액 부동산 매각 외국인에게 영주권 부여를 검토한다고 한다. 이들도 “국익에 기여”하는 엘리트로 둔갑하는 것은 아닐까? 국적법에 바탕한 철학과 사회관을 다시 공론해야 한다. 이은희 독일 프랑크푸르트 거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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