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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04 17:50 수정 : 2009.10.04 17:50





부도덕한 공직자
사회 상호신뢰에 금 내
창의력 발현도 어렵게 해
고위관료, 준법정신 절실

며칠간 여러 공직 후보자들의 각종 위법행위가 지적되면서 부산하게 떠들던 국회 인사청문회도 지났다. 후보자들 스스로가 시인한 위법행위들에도 불구하고 정식 임명장을 받고 공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위법행위가 우리의 경제에 직접 영향을 주고 우리의 숙원인 선진국 진입을 막는다면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킨다는 나비효과 이론에서 본다면 공직자의 위법이 국가 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줄 수 있다. 경제는 사고파는 무수한 거래로 형성되어 있고, 따라서 경제가 운영되는 데는 거래비용이 생긴다. 이것은 물건을 사고파는 데 정보를 구하고, 협상을 하고, 계약을 체결하고 집행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마치 부동산거래에서 조사비용, 공증비용, 중개 및 법적 수수료, 등기비용 등과 같이 실제 상거래를 할 때 일어나는 비용이다. 거래비용이 높으면 경제 거래가 줄어들고 국민소득이 그만큼 타격을 받는다. 경제학 노벨상 수상자인 더글러스 노스에 의하면 거래비용은 미국 국내총생산의 45%나 된다.

거래비용은 국민 개개인의 상호 신뢰, 윤리적인 행동, 준법정신에 많이 의존한다. 인간관계에서 신뢰감과 유대감이 없거나, 양심적인 상도덕이 낮거나, 위법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면 계약과 그 수행이 그만큼 어려워져 거래비용이 오르게 된다. 신뢰감, 유대감, 윤리, 준법정신 등을 학계에서는 사회적 자본이라 하여 물적·인적자본과 마찬가지로 국가경쟁력과 경제발전에 핵심요소일 뿐 아니라, 사회적 안정의 척도로 보고 있다. 글로벌화·정보화시대의 무한경쟁하에서는 기술개발이나 사업을 위한 협동이 국가경제의 필요 요건인데, 사회적 자본이 낮으면 그만큼 협동이 어려워진다.

공직자의 위법행위는 국회청문회를 거쳐 임명 여부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사회의 신뢰나 준법정신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저런 공직자는 위장전입을 하여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데 왜 나만 법을 지키면서 손해를 보는가 하는 상념이 사회에 만연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을 보고 들으면서 자라나는 다음 세대가 기성세대보다 좋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없다.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투기와는 거리가 멀고, 탈세할 소득조차 변변치 못한 대다수의 국민은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하여 정부와 사회에 대한 불만이 더 커지게 되었을 것이고, 그들의 정의·평등의식은 잠식되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경제발전의 관건이라 할 수 있는 창의력은 우리의 의식구조가 미래지향적인지, 사물을 판단하는 데 이성적인지, 또 개개인의 능력을 자유로이 발휘할 수 있도록 정의와 평등의식을 갖고 경쟁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부조리가 만연한 불안정한 사회에서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이나 이성적 판단은 결핍되게 마련이다.

우리의 숙원인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이 중요하다. 따라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하여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 각자에게 신뢰성 있는 행위와 높은 윤리·준법정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국회 인사청문회에 회부되는 공직자들의 신뢰성·윤리·준법정신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러기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옛말의 진리를 한 번 더 음미한다.


권오율 오스트레일리아 그리피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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