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과 재외동포 구분
재외국민 편중 지원하면서
둘 모두 지원하는 것처럼 오도
한글교육 열정있는 동포들 힘빼 나는 7월24일부터 27일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제27차 연수회에 참가하였다. 해마다 4일간 열리는 집중 연수회에 1000여명의 한글학교 교사들이 자비로 참가하여 강행군의 일정을 소화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연수회에서 돌아와 재외동포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을 올해의 두 배로 늘리겠다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정책 발표를 접하고 매우 반가웠다. 그런데 이 소식에 재외동포 교육자들이 한결같이 “재외동포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한다는 소식을 듣고 문제가 무엇인가를 짚어보았다. 지금 국외에는 700만 한민족이 살고 있는데, 재외동포와 재외국민으로 편의상 구분하고 있다. 재외국민은 대한민국 국적을 소지한 사람들을 일컫는 반면, 재외동포는 국외의 한민족 모두를 호칭할 때와 대한민국 국적 이탈자를 일컬을 때의 두 경우에 혼용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나 여당은 이번 발표에도 드러나듯이 ‘재외국민=한국학교’, ‘재외동포=한글학교’라는 식으로 양자를 명확히 구분하고 재외국민(한국학교)만 편중 지원하면서 마치 재외동포 일반을 지원하는 것처럼 인식케 하여 문제를 한층 꼬이게 만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4월1일 현재 14개국에 설치된 29개 한국학교에는 교사 1021명이 1만769명의 학생에게 국내와 동일한 정규 교육을 하고 있는데, 학생 중 90%는 일시 체류자의 자녀라고 한다. 거주 자격별 재외동포 현황(2005년)을 보면 재외국민에 해당하는 영주권자, 일반 및 유학생 체류자를 합해 중국에는 28만6197명, 미국과 캐나다에는 151만9749명이 있다. 그런데 중국에는 일시 체류 재외국민 자녀를 위한 한국학교가 10개나 있는데 반해 미국과 캐나다에는 한 곳도 없다. 미국과 캐나다에는 대신 1000여곳의 한글학교가 존재한다. 앞으로 예산 지원 확대 방침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증액분은 중국 등 일부 지역에만 편중된 한국학교에 대부분 투입될 것이다. 왜냐하면 한글학교의 분포가 압도적인 미국이나 캐나다, 그리고 유럽 지역에서는 한국학교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재외동포 교육의 중요성은 700만 재외동포의 한민족 정체성 확립에 더하여 현실적인 기여와 장래의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최근 재미 한인들은 국내에 사는 우리들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역사적 현안을 깔끔하게 해결함으로써 민족적 자긍심과 국제적 위상을 크게 드높였다. 구체적으로 미국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채택, <요코 이야기> 교재 채택 저지, 미국 지명위원회 독도 지명 표기 변경 저지 등과 같은 일들은 재미 한인의 적극적 대응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우리 국민들은 재외동포 교육 지원 예산이 재외동포들의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높이는 데 사용될 것으로 알고 예산 증액을 기꺼이 떠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 학교와 똑같은 한국학교의 확대에 치중하는 반면 대다수 한글학교에는 생색내기 정도에 그치는 극단적 상황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재외동포 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현지의 교육을 직접 실행하고 있는 주체들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하는 가운데 현지 실정에 적합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류승렬 강원대 교수, 미국 USC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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