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오르면서 선동보도 난무
공급 부족 진단은 더욱 문제
미분양 많고 하반기 분양 2.5배
건설업계 분양작전에 언론 춤춰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오르면서 선동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 우선 일부 언론이 보도하는 것처럼 ‘전세대란’이라 불릴 정도로 전셋값이 정말 급등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서울의 한강 이북 14개 구의 전세가격 지수를 보면, 2008년 11월 고점 100.4 수준에서 2009년 3월 98.8 수준까지 내려왔다가 7월 현재 99.6 수준까지 와 있다. 한강 이남 11개 구의 아파트 전세가격도 지난해 8월 105.8에서 올해 2월 97.7까지 내려갔다가 7월 현재 101.6까지 반등했다. 이 정도 상승을 ‘전세대란’이라고 포장하는 것은 지나치다. 최근 전셋값 상승이 주택 공급 부족 때문이므로 앞으로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도는 더욱 문제다. 물론 뉴타운이나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생겨나는 멸실주택 및 이주 수요 증가가 국지적으로는 전월세 가격 상승 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파급 효과는 인접 지역에 국한되고 가격대로는 8000만원 이하 소형 주택에 집중된다. 이주민의 70~80%가량이 저소득 세입자로 대부분 인근 지역에 재정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멸실주택 및 이주 수요 증가를 최근 전셋값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자료를 보면, 올해 서울시내 추정 멸실주택 수는 2만7366가구로 지난해 3만2334가구보다 약 5000가구가량 줄었다. 멸실주택 및 이주 수요가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는 다른 근거도 많다. 이주 수요 증가에 따라 전셋값이 오른 것이라면 소형부터 먼저 올라야 하는데, 올해 들어 서울의 전셋값은 중형, 대형, 소형 차례로 오르고 있다. 지난해 대비 올해 멸실주택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서남권의 전셋값은 상승세가 약한 반면, 멸실주택이 거의 없는 서울 강남 3구의 전셋값 상승은 가파르다. 여기에다, 올해 7월까지 서울 25개구의 매맷값과 전셋값 변동 추이를 구별로 살펴보면 전셋값이 매맷값을 따라 움직이는 현상이 뚜렷하다. 지역별 수급 사정에 크게 상관없이 매맷값에 연동해 전셋값이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멸실주택 및 이주 수요 증가 때문에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는 주장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 근거들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하반기 내려가던 전셋값이 올 들어 오르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최근 전셋값 상승은 지난해 하반기~올해 초의 하락세에 대한 기술적 반등에 더해, 일부 언론과 부동산 정보업체들의 선동이 큰 구실을 하고 있다. 언론의 선동 보도 때문에 향후 집값이 계속 오르리라는 착각에 사로잡힌 집주인들이 자신들의 금융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금을 높여 부르면서 나타나는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올해 3월 이전만 해도 전셋값은 계속 하락했다. 갑자기 그사이에 주택 공급이 확 줄어서 전세가격이 상승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재 수도권에만 2만5000가구 가까운 미분양 물량이 쌓여 있고, 서울 전역에도 숨겨진 미분양 물량과 미입주 물량이 적지 않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는 사상 최대 수준의 입주 물량이 쏟아진다. ‘주택 공급이 부족해 2~3년 후 집값이 폭등한다’는 일부 왜곡 보도와 달리 올해 하반기 수도권 대단지 분양 물량은 예년의 2.5배나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건설업계와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일부 언론이 ‘주택 부족’을 들먹이며 투기를 선동하는 이유는 짐작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대규모 분양에 실패할 경우 이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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