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후 상환 대출제는 미봉책
본질은 과도한 등록금 현실과
물가상승보다 훨씬 높은 인상폭
등록금 상한제와 함께 시행해야 성악 공부를 하던 한 친구가 갑자기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하였다. 응원해주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많은 학비와 생활비는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이 되었다. 그랬더니 이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대학 등록금이 정말 저렴해서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대학 다니는 것과 큰 차이는 없을 거라고. 정확한 사실은 모르지만 일리 있는 말이었다. 우리나라는 ‘등록금 천만원 시대’라고들 하는데 프랑스 대학의 등록금은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의 10분의 1도 안 되기 때문이다. ‘아하, 그렇구나’라며 친구의 말에 수긍하고 그냥 넘어가기엔 참 씁쓸한 현실이었다. 조금만 시야를 넓혀 보면, 이미 매우 높은 등록금이 해마다 높은 비율로 인상되는 것이 결코 자연스럽거나 당연한 현상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국가 경쟁력이 높은 것도 아닌데 대학 등록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둘째로 높다는 사실은 ‘교육’의 기회가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회는 인상되는 대학 등록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쉽게 묵살하곤 한다. 그런데 올해 7월 놀라운 일이 있었다. 정부가 등록금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강부자’ 정권이라 불리며 상위 1%를 대변한다는 비판을 들어오던 이명박 정권이 이러한 정책을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대학교를 다니면서는 이자 걱정 없이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고, 취업 후에 소득에 맞게 상환한다니, 많은 국민들이 반길 만도 하다. 하지만 실제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나로서는 그 내용을 꼼꼼히 뜯어보면, 결코 맘 편히 이 제도를 환영할 수가 없다. 왜냐면 등록금 문제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과도하게 등록금이 높게 책정되어 있는 문제, 매년 물가인상률을 운운하며 그보다도 훨씬 높은 비율로 등록금이 계속적으로 인상되고 있는 문제. 본질은 이것인데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대학을 다니고 있는 기간 동안만의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뿐이지 위 두 가지 문제 중 하나라도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은 없다. 취업을 한 후 대출금을 상환할 때에 최초 대출 이후부터 발생한 이자까지 모두 합산한 금액을 상환하라는 것은 무이자 대출도 아니며 인상되는 등록금을 제한하는 것도 아니며 더욱이 등록금을 인하해주는 것도 아니다. 매우 간단하게 말하면 좀더 쉽게 돈을 구해서 등록금을 낼 수 있게 해주는 것뿐이다. 그래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가 등록금 문제 해결의 본질에 다가서려면 ‘등록금 상한제’와 함께 시행되어야 한다. 등록금 상한제가 바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등록금을 잡아둘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개인만의 것, 개인만의 이득이 아니라 사회 전체, 국가 전체로 봐야 할 것이다. 등록금으로 대변되는 현재의 교육문제를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로 해결하는 척하며 결국 정부가 국민들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박슬기 한양대 언론정보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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