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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13 19:03 수정 : 2009.09.13 19:04

영국 브라운 총리도 수출국 타령
금융위기 주범에 대한 비난 돌리려
영미자본주의 합동작전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과 영국의 정상들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2주 앞두고 이번 경제위기의 원인을 중국·한국 등 무역흑자국들에 돌리려 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 성명을 통해 금융불안 완화와 교역 증가 등으로 세계 경제가 1년 전보다 훨씬 안정됐지만 목표 달성에는 “한참 미흡하다”며 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공조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불균형이 말끔히 해소돼야 하고, 위기의 재발을 막으려면 확립된 규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즉 공정한 룰이 작동하지 않아 위기가 초래됐으며 그 핵심은 무역 불균형이라는 인식을 슬그머니 드러냈다.

이에 뒤질세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대규모 무역적자국은 수출을 늘리고 흑자국은 수입을 늘리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고 맞장구를 쳤다.

드디어 영미자본주의의 정상들이 대공황 이래 최대 경제위기의 원인이 자신들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수출을 해댄 나라들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며 금융위기의 주범인 월스트리트의 금융사기꾼들과 금융 당국에 쏟아지는 비난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합동작전에 나선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생산의 보조 수단이어야 할 금융업을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산업이라며 금융허브를 육성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금융규제 완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 지엠(GM) 등 생산기업들을 금융업으로 진출하도록 부추기기까지 하였다.

그 결과 신용투기가 만연하여 은행, 보험회사가 줄도산하였고 생산기업까지 흑자도산시켰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모기지 대출을 활성화하여 신용창출 잔치를 벌여온 미국의 서민들에게 자신들이 매우 부유한 계층이라는 환상을 심어주었다.

금융산업이 만들어낸 이러한 ‘부가가치’는 미국 경제가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적정한 수준의 성장세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환상을 주었다. 이에 미국 서민들은 2001년 이래 5년 동안 주택지분(home equity: 집값에서 담보대출액을 뺀 나머지)을 현금으로 인출하는 방법으로 2조5천억달러의 돈을 빌렸고, 그 가운데 절반가량을 휴가여행, 외식, 자동차 구입, 대학 진학 등에, 다시 말해 주택부문이 아닌 다른 부문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데 지출했다.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의 유사 이래 최대의 호황으로 인해 두 정상이 언급한 무역 불균형은 유사 이래 최대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영미의 경제 당국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황금알을 낳는 금융산업이 얼마든지 불균형을 메워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잘못을 저지른 영미의 경제 당국은 이제 한국에 한 수 배워야 될 처지가 되었다.

영미 금융산업의 신화를 한국에서 실현하려던 케이비(KB)금융지주 황영기 회장이 우리은행 행장 재직 시 파생상품 투자 손실과 관련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가 금융위원회에 의해 확정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진정으로 균형 있는 경제발전을 바란다면 과거의 불균형 운운하며 무역흑자국에 책임전가를 하는 대신 금융사기극의 주인공들을 철저히 처벌하고 다시 생산을 중심에 두고 금융을 보조 수단으로 삼는 경제제도를 확립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영미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초래한 보호무역주의를 부활시키려 한다는 의심의 눈길을 받을 것이다.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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