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건강과 면학 분위기 조성이라는데
상식 벗어난 행복추구권 침해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에 딴죽을 거는, 지역마다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휴대전화 규제 조례’를 제정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거나, 통과되었다. 서울시에서도, 제주도에서도 휴대전화 규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보다 훨씬 일찍 경상남도 교육위원회에서는 8월24일 임시회를 열어 청소년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과시켰다. 경남지역에서 선례가 만들어지고, 서울시와 제주도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이상 전국적인 ‘휴대전화 규제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휴대전화를, 그것도 ‘학생들에게만’ 규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을 한참 벗어난 일이다. 예컨대 극장에 갔을 때,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면 주위에 있던 몇 사람이 불평을 하거나 대개는 그냥 넘어간다. 휴대전화 벨이 울린다고 해서 극장 직원이 와서 휴대전화를 뺏거나 벌을 주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교실에서는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면 교사에게 몇 대 맞거나 꾸중을 듣고, 뺏긴다. 수업시간에 벨이 울리면 그냥 “미안하다” 하고 넘어가면 된다. 그리고 전화가 오면 살짝 나가서 조용히 받고 오면 되지만 학교는 그렇지 않다. 그야말로 ‘상식’과 ‘관용’이란 교과서 어느 페이지엔가 활자로만 묻어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사용이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고 일반화된 상황에서 이를 규제하는 것은 사생활의 자유, 통신의 자유 등을 무시한 ‘인권침해’가 분명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2007년 1월 한 고등학교에 대한 결정문을 통해 휴대전화 규제가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행복추구권 침해 및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하였다. 그러면 뭐 때문에 이토록 매정하고(?) 반인권적인 일에 일선 학교도 아니고 시·도별 교육관료들이 나서는 것일까? 경상남도 교육위원회가 전국에서 최초로 통과시킨 ‘학교 내 학생 휴대전화 관리에 관한 조례’라는 짧지 않은 이름의 조례를 보면 ‘학생들의 건강’과 ‘면학 분위기 조성’이 주된 목적이다. ‘면학 분위기’만 조성되면 학생들의 인권쯤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는 것일까? 입시교육에 눈이 먼 학교가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교육관료들이 오히려 학교의 인권침해를 정당화하고 있다.
‘휴대전화 규제 조례’를 만든 또다른 이유가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서라고 했는데, 그들에겐 휴대전화가 학생들을 해치는 무슨 ‘흉기’쯤 되는 모양이다. 휴대전화 전자파 같은 것이 건강에 안 좋다면 휴대전화 생산과 사용 자체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지 학생들의 사용만을 규제하겠단 건 무슨 논리인가? 게다가 ‘학생들의 건강’을 위한다면서 보충·야간학습에 늦은 밤까지 잠도 안 재우는 학교는 왜 그냥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성상영 경남 마산시 석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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