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폐수 정화에 힘썼기 때문이다
4대강 살리기의 오류는 보 쌓기
유속 느려져 바닥 썩어 강 죽는다
낙동강 하구언 실패 잊어선 안돼 안양천에 숭어가 헤엄치는 광경이 얼마 전에 티브이에 나온 적이 있다. 수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장면이다. 시커먼 탁류에 불쾌한 냄새까지 풍겨서 안양천 근처를 걷는 것조차 생각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안양천의 끝 부분이며 한강과 만나는 양천구 안양천에는 숭어가 놀게 되었다. 안양시를 지나는 안양천변은 산책도 하고 자전거도 탈 수 있어서 많은 시민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그간 토목공사를 한다거나 보를 쌓는다거나 하는 일도 없이 어떻게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수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4대강을 살리겠다는데, 안양천의 사례를 4대강 살리기에 적용할 수 없을까? 안양시는 2001년 ‘안양천 가꾸기 팀’을 꾸렸다. 그 팀은 4년간 의왕에서 흘러오는 안양천 지천인 학의천으로 들어오는 폐수들을 정화했고, 9년간 군포에서 안양천으로 흘러들어오는 폐수를 정화하면서 천변에는 갈대나 풀이 자라도록 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안양천에는 숭어가 놀게 된 것이다. 이 방법을 4대강에 적용하는 건 전문가가 아니라도 생각할 수 있다. 가장 긴 강인 낙동강을 예로 들어보면, 525㎞의 거리에 안동, 상주, 선산, 대구, 남지, 삼랑진 등에서 영강, 반변천, 위천, 감천, 금호강, 남강, 밀양강과 합쳐지고, 그 외에 많은 작은 지류들이 흘러든다. 이러한 지류들의 수질을 검사하고 오염원을 조사하여 폐수시설을 설치하면 지류와 낙동강은 맑아질 수밖에 없다. 공장 폐수, 농축산업 폐수, 생활 폐수 등 다양한 폐수들에 맞는 폐수처리 시설을 알맞게 적용하면 아마도 조 단위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폐수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천오염 측정, 폐수처리 시설의 설치 및 관리 등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이며, 지속적인 고용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국토의 본래 모습에 변화를 주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강물이 정화되며 수질이 나빠질 가능성이 없어진다. 이런 접근이 진정한 강 살리기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거다. 다른 나라들의 강 살리기도 이와 비슷하다. 정부가 내놓은 4대강 살리기에는 교수나 환경 전문가들 이외에 일반 시민들도 알 수 있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그 첫째가 강바닥을 긁어내고 보를 쌓겠다는 것이다. 강으로 흘러드는 폐수와 쓰레기를 그대로 둔 채로, 보를 쌓으면 강물이 흐르는 속도가 느려지게 되고, 물의 흐르는 속도가 느려지면 강바닥에 물속의 불순물들이 가라앉는다. 거기에다 보까지 쌓으니 강바닥의 불순물은 홍수가 나도 쓸려나갈 기회가 없이 그대로 쌓여, 요즘처럼 온난화로 기후가 더워지는데 그 불순물이 썩어 강물을 오염시키는 속도는 아마도 우리 상상보다도 빠를 것이다. 보를 쌓고 나면 강의 수질이 향상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진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토목공사로 수초, 수중생물들이 파괴되면 물의 정화는 더욱 안 될 것이고 수질 악화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국민의 4분의 1 이상이 4대강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데, 보를 쌓고 2, 3년 지나면 아마도 한 집 건너 암 등 치명적인 병들이 국민병이 될 것이다. 둘째는, 정부의 4대강 살리기의 상세한 계획서와 환경영향 평가서, 토지 보상 등이 정직한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참여하여 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환경영향 평가서는 관련 주민들이 시행 전에 열람을 할 수 있도록 법으로 되어 있으며 의견을 낼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절차를 거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할 국가적 사업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이다. 낙동강 하구언의 실패를 잊어서는 안 된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청계천 복구사업 정도로 생각해서는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국민의 생명이 달린 일이며 수조원의 혈세가 요구되는 일이다. 4대강 살리기는 양심적인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해야 할, 서둘러서는 안 될, 수조원의 혈세와 국민의 생명이 달린 대사업이다. 단순한 밀어붙이기 토목공사의 수준으로, 가시적인 효과와 잠시 동안의 고용 창출에만 매달려서 할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이추경 불교환경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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