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보험사에 넘기면
노동자 산재 판정 더더욱 멀어진다
지금도 기업 대부분 처리 거부
하물며 기업대변 보험사가 한다면야 산재보험을 민영화하자고 한다. 한마디로 현재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산재보험을 민간 보험사에 넘겨 이들이 산재보험을 상품으로 판매하고, 산재 판정도 보험사가 하고, 보험금 지급도 하고, 기업들로부터 보험료도 걷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민영화 주장 그 어느 곳에서도 산재보험의 사회적 역할 즉, 산재보상보험법 제1조가 규정하고 있는 ‘산재노동자의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 재활과 산재예방, 근로자의 복지’는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나 이들을 계열사로 거느린 대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 외에 산재보험 본연의 목적과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관심한 것이 민영화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더욱 억울한 것은 이 같은 산재보험의 민영화 논란이 진입 장벽이나 진입 규제의 완화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나 한국개발연구원이 내세우는 이러한 문구에는 산재보험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철저하게 보험사의 입장만을 살피고 있을 뿐 산재보험의 진정한 목적인 산업재해 보호에 대해서는 외면한 결과일 뿐이다. 그렇다면 노동자와 산재환자의 입장에서 산재보험 민영화는 어떠한 문제점을 갖는가. 지금도 노동현장에서는 산재 처리가 어렵다. 정부의 감독 강화, 기업의 이미지 하락, 보험료 인상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기업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대형 사고나 확실한 사고가 아니라면 대부분 산재 처리를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보험사가 산재보험을 맡아 처리한다면, 노동자의 산재 처리는 더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산재보험은 근로기준법상 사업주의 재해보상 책임을 사회보험화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 보험과 달리 보험료를 내는 주체(사업주)와 보험금을 타는 주체(재해 노동자)가 다르고, 서로의 이해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민영화의 폐해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민영화 주장이 그 배경을 기업의 산재보험 재정 부담이 늘고 있다는 데에서 찾고 있는 만큼, 기업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험사가 택할 수 있는 것은 보험금의 축소와 산재 인정의 최소화일 수밖에 없다. 과연 기업의 산재보험료 부담이 산재보험을 민영화하지 않아 증가했는가. 그렇지 않다.
재해자 수는 1998년 5만1514명에서 2007년 9만147명으로 1.75배 증가했으며, 임금 수준은 1998년 142만6797원에서 2007년 271만6193원(전 산업별 임금총액의 평균)으로 1.9배 증가했다. 1998년 보험료 부담 1조7190억원을 기준으로 재해자와 임금인상분을 반영하면 2007년 보험료 부담액은 5조7156억원에 이르러야 함에도 실제 보험료 부담액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사실을 정확히 설명한다면 평균적인 산재노동자의 보험급여액은 오히려 줄고 있으며, 보험료 부담의 증가는 산업재해를 줄이지 못하고 증가시키는 정부 정책과 기업 경영의 책임인 것이다. 김태룡 한국노총 안전보건연구소 책임연구원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