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교사들 헌법소원은 각하되고
국가와 교과서 저작권자 간 소송 중이다
‘검인정 체제’ 법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국에서 선생님들이 교육현장에서 인권을 말하면, 교편을 놔야 하는 사태까지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들의 인권을 위해 일제고사를 반대했던 선생님들은 해직의 아픔을 겪었으며, 시국선언에 가담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징계를 당하거나 고발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러한 교육 여건에도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어렵사리 금성교과서 등 역사교과서의 내용을 국가가 마음대로 수정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소송은 학생과 교사가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모두 각하됐다. 교과서 수정과 관련된 당사자는 교육과학기술부와 교과서 저작권자라는 것이다. 역사 교육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교과서 수정은, 교육현장이나 교육전문가에 의한 요구가 아니라, 전경련, 뉴라이트와 같은 경제단체, 통일부, 국방부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었다. 교과부의 검정교과서에 대한 수정 방침에 대하여 21개 역사학단체는 검정교과서인 역사교과서를 인위적으로 수정하려는 시도를 말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였고, 역사교과서 책임감수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까지도 교과부의 257개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수정 지시는 검인정 체제를 흔들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국가에 의해 함부로 변경된 교과서에 대해 우리 법원은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다고 보았다. 즉, 교과서는 국가와 교과서를 만든 저작권자, 또는 출판사 간의 법률문제일 뿐, 실제로 그 교과서에 영향을 받게 될 교육현장은 아무런 법률적 이해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과서에 대한 교육현장의 법률적인 권리 주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면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헌법상의 권리가 조문상의 권리로 형해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미국도 교육 내용에 대한 교육주체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1965년 ‘팅커 대 디모인’(Tinker 대 Des Moines) 사건(베트남 반전운동 중 학생들이 검은 팔뚝띠와 리본을 단 것을 표현의 자유로 인정한 것)에서 연방대법원은 “학생들은 국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만을 받아들이는 폐쇄회로상의 정보 수령자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았고, 교육위가 학교 도서관에 특정도서를 제외시킨 ‘피코 사건’에서도 “학생의 표현의 자유에는 정보 수령권이 포함된다”고 해, 학생들의 교과 내용과 관련된 권리가 표현의 자유처럼 고도로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바 있다. 정권의 취향에 따른 합리적 이유 없는 교육내용의 제한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것이다. 일본의 교과용 도서검정 규칙에서도 검정교과서의 정정 사유를 오기, 오식, 탈자, 틀린 사실의 기재 등 동일성을 잃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정정할 수 있는 절차를 두고 있을 뿐, 정부가 임의대로 검정교과서에 수정 명령을 내리는 절차 따위는 두고 있지 않다.
현재 진행중인 국가와 저작권자의 소송에 교육현장의 주체들은 아무런 법률적 이해관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다. 교과서, 이것은 국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교육을 받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보다도 검정교과서가 정권의 정치적 편향에 따라 내용이 변경되지 않도록 법원에서 그 한계를 명확하게 정하여야 할 것이다. 김보라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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