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대/경남 밀양 상동중학교 교사
왜냐면 |
교원평가, 급소를 겨눠라 |
결국 서류 자주 만지던 교사가 남 먼저 장학사 되고 장학관 되어 교실 뒤에 들어와 앉아 장학지도 한다고 소란을 피워대는 이 뒤집어진 현실 앞에서 우리 교사들의 어깨는 지금 축 늘어져 있다.
교육부는 그렇다 치고, 교원평가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그 심정을 우리 교사들이 전혀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또 그간 일부 교사들이 학부모나 학생들로부터 불신을 자초한 탓도 크다. 교육부 안대로 교원 평가가 이뤄진다면 어쨌든 우리 교사들이 조금이나마 경각심을 가지고 분발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교사들은 교육부가 내놓은 교원평가안을 ‘일단은’ 거부할 수밖에 없다. 왜 그런가?
예를 하나 들어보자. 서비스가 엉망인 시내버스 때문에 오랫동안 불편을 겪어 온 시민들이 있다고 치자. 이런 경우 시민들과 버스운전사가 아무리 티격태격 싸워봐도 문제의 본질에는 이르지 못한다.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버스회사 최고경영자의 회사 경영 철학과 방침, 각종 정비업무와 사무에 종사하는 내근 직원들의 근무태도, 배차 시간과 운전사들에 대한 복지 수준 등 총체적인 운행 지원 시스템을 두루 점검하는 일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의욕은 자칫 가운데 낀 운전사들에게 새로운 부담으로만 작용할 가능성이 짙지 않겠는가?
교원평가 또한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학부모와 학생들의 눈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교사들의 교육활동 결과를 계량화하고(가능한지도 모르겠지만) 닦달을 한다고 해서 병세가 크게 나아질 우리 교육이 아니란 얘기다. 이제껏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 학교 교무실에서는 이미 가혹하리만치 엄격하게 교사평가가 이뤄져 교사들을 일렬종대로 줄 세워 왔다. 그 결과에 따라 교장도 되고 교육장도 되었다. 지금도 그 평가 점수에 목매단 교사가 전국에 수만 명이다.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하지 않고서 또다시 새로운 교원평가제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교육당국이 눈을 빤히 뜬 채 교사들을 두 번 속이는 짓이다.
그뿐만 아니다. 이 나라 교육계에서 교사들이 서 있는 자리가 어디쯤인지 다들 다시 한번 눈여겨봐야 한다. 법정 교원 확보율은 나날이 떨어져 가는데 행정실로 교장실로 종종걸음 치면서 수업 준비보다 공문 처리에 허겁지겁하는 우리 교사들의 지친 발걸음, 아이들 곁을 떠나 교문 밖으로 출장을 자주 다녀야 더 많이 쌓이는 승진 점수, 결국 서류 자주 만지던 교사가 남 먼저 장학사 되고 장학관 되어 교실 뒤에 들어와 앉아 장학지도 한다고 소란을 피워대는 이 뒤집어진 현실 앞에서 우리 교사들의 어깨는 지금 축 늘어져 있다.
그런데도 또 한편에서는, 사건이 생기면 문제의 근원을 찾기보다 외부에 알려질까 전전긍긍하고, 부패한 관행 앞에서는 도대체 분노할 줄 모르며, 느닷없는 공문으로 사사건건 일선 학교의 일상을 뒤흔드는, 답습에는 익숙하되 변화에는 무딘 사람들이 오히려 교육행정의 주요 통로마다 결정권을 행사하며 떡 버티고 있다. 그들은 지금 새 교원평가제가 성사되기를 바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것이다. 이런 부위에 견제와 평가의 칼날을 들이대지 않고서 우리가 어찌 교육계의 인적 쇄신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이 글을 쓰는 필자도 단순히 교원단체 활동 하나로 이미 한번의 배제징계와 수 차례에 걸친 경징계를 줄줄이 받아 왔다. 그러나 성추행, 성적 조작, 체벌, 촌지 수수 등으로 학교 얼굴에 먹칠을 하고서도 기적처럼 무사한 교원들도 우리 교육계에는 적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면 꼭 이벤트성 교원평가제를 도입하지 않아도 극소수 문제 교사들에게 철퇴를 가할 수 있는 길은 이미 열려 있는 셈이 아닌가?
이제는 정말 솔직히 말하자. 교육계 내부에 자정 장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장치가 작동해야 할 때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그 원인은 교육계 책임자들의 박약한 도덕성과 그에 따른 의지 부족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제 진정 교육을 염려하는 사람이라면, 정부의 기만적인 교원평가안을 덥석 지지하기 전에 우리 교육계 전반을 혁신하기 위한 본질적인 문제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박성대/경남 밀양 상동중학교 교사
박성대/경남 밀양 상동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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