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그래도 논술은 강화돼야 |
나는 말을 잘 하고 글을 잘 쓰는 학생이 대학수학 능력을 갖추었다고 믿고 있다. 논술과 토론 능력은 그 두뇌가 논리화되었을 때 제대로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2008학년도 입시부터 논술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뜻의 ‘논술형 본고사’를 발표하자, 사회에 논란이 일고 있다. 내용에 상관없이 이 표현은 그동안 교육부가 고수해 온 3불 정책과 정면 배치된다. 교육부의 3불 정책은 학생간 경쟁의 공정성과 대입에서 학교간 차별성을 타파한 기회의 균등, 그리고 고교교육의 정상화 모색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우리는 이 정책이 평등한 경쟁의 틀이며 그러므로 민주이념의 실현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긍정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서울대가 ‘논술형 본고사’를 발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3불 정책의 초병이라 할 수 있는 내신성적과 수능만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다 보니 자립고나 특목고의 우수한 학생들이 자신들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공과대학 입학생들이 고교 수학을 과외공부 하는 해프닝이 오늘날 교육현장의 현실이 되었다. 교육부는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고민해야 한다.
나는 10년째 대학 강사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런데 걱정되는 것은 5년여 전에 비해 학생들의 학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현안에 대한 자신의 주장이 논리적인 결과가 아니라 감각적인 답변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ㅅ대 학생들에게 김유정 소설 <소나기>를 읽힌 후 춘호처의 매춘에 대해 찬성(경제적 측면)과 반대(도덕적 측면)로 나누어 논술하고 토론을 시켜봤다. 그러나 만족할 만하게 객관성과 논리성에 의해 논술하고 말한 학생이 한 사람도 없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대학의 현주소임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세계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가했던 한 교수가 “한국 대학생 토론 실력은 세계 꼴찌 수준”이라고 한 자조가 빈말은 아닐 것이다.
나는 말을 잘 하고 글을 잘 쓰는 학생이 대학수학 능력을 갖추었다고 믿고 있다. 논술과 토론 능력은 그 두뇌가 논리화되었을 때 제대로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할 수 있느냐, 아니냐도 두뇌의 논리화 여부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보아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에게 시급한 것은 매사를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지도교육이 절박하다. 그리고 그 해답은 충분한 독서와 논술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입논술 강화가 발표되자, 해당 학생들이 촛불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그러나 어차피 경쟁은 인간사 중 하나다. 작은 아픔 때문에 큰 목표를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제는 교육부도 학생 선발을 학교 자율에 맡겨야 한다. 대학이 원하는 학생을 뽑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바람직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그래서 ‘논술’은 강조되어야 한다.
이재식/경기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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