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8.19 18:26 수정 : 2009.08.19 18:26

방장스님 법어를 시자가 대필하고
참선 대가로 수백만원씩 주는
불교내 병폐 개선하자 목소리

얼마 전 한 매체에서 직업군에 대한 신뢰도를 발표하였다. 종교 교직자도 포함되었는데, 신뢰의 순서가 신부-승려-목사 차례였다. 목사에 대한 신뢰도는 22위로 환경미화원이나 동네 미용사보다도 순위가 낮았다. 승려 신뢰도는 18위였고, 신부 신뢰도 역시 도토리 키 재기나 마찬가지였다.

기독교 내에서도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행동에 옮기는 참 종교인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그에 반해 불교는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가 없어 심히 우려되는 바가 있었다. ‘아주’ 다행히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지리산 실상사에서 불교 역사상 초유의 법석이 열렸다. 이 법석은 이번에야말로 출가자로 할 말은 다 하자는 ‘끝장 발언’이 이어졌다.

실상사 법석에서는 아주 핵심적이지만 고질적인 병폐와 ‘설마 이 정도까지?’라고 의심이 들 정도의 내용들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졌다. 이런 불교 내의 자성은 다양하게 공개되어, 이름값도 못하는 ‘큰스님’을 압박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신념에서 지면을 빌려 공개하고자 한다.

무비 스님은 조계종의 소의경전인 금강경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교과서’부터 바꾸자고 했다.

“‘조계종은 선불교다, 혹은 통불교다’ 할 정도로 가늠되지 않고, 밀교적 성격도 있고, 통불교 성격에 가깝기도 하다. 불교가 할 일은 보살행이다. 금강경에 보살 정신은 있지만 다른 경전에 비해 미미하다. 교과서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실천행이 정해진다. 소의경전은 교과서다. 시대정신이 담긴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표준 금강경 편찬에 연연하지 말자. 불교는 변화하는 종교이다. 과감하게 바꿔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도법 스님은 멀리 있는 중생보다 이웃 먼저 살피자는 제안을 했다.


“해인사에 성철 스님이 있었다. 심오하고 고준한 법을 가르쳤다. 그런데 해인사 아래 사하촌의 주민들이 사찰 스님에 대해 가장 두려워하고 불만스러워한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 ‘국민 선사’라는 성철 스님이 있었는데 가장 가까운 한동네 사람들이 원망하고 기피하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나.”

이에 무비 스님은 “봉암사 해인사 같은 맥락이다. 중생에게 조금이라고 회향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다. 부처님이라고 하는 것, 불교라고 하는 것은 옆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안목이다. 이것이 성불이고 견성이다. 당면한, 가장 취약한, 그래서 가장 우선해야 할 문제다. 이런 관심이 고조돼야 한다. 먼저 해야 할 일이 단위 사찰에서 이웃 먼저, 사하촌부터 보살필 줄 아는 각성이 스님들에게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고조되자 향봉 스님은 불교 내 ‘대외비’까지 거론하는 용기를 보여주셨다. 곧, 방장의 법어를 대필하고, 수백만원의 해제비를 주는 등 한국 불교의 잘못된 풍토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초파일이나 선방이 방학에 들어가는 해제 때 신문에 발표되는 법어들을 방장스님이 쓰는 게 아니라 시자스님이 대필한다는 것이다.

향봉 스님은 “총림 방장들의 법어는 짜깁기 일변도라서 한 그림에 범과 쥐가 섞여 그려지는 형국이다. 법어를 통해 일러주는 메시지도 흔들리고 혼란스럽고 정리가 안 된다. … 시자들이 법어를 쓴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오래된 일이라고 하더라. 실력 없는 선지식이 넘쳐난다. 100개 선방에서 2천여명이 수행하는데 왜 성철 스님을 능가하는 도인이 출현하지 않느냐”고 했다. 게다가 향봉 스님은 최고 수준의 ‘대외비’까지 까발려 버렸다. “어느 사찰에서 해제비를 750만원씩 줬다는 얘기를 들었다.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참선하는데 왜 노동의 대가처럼 받아야 하느냐. 그 돈이 누구의 돈이냐. 비구니 스님들은 50만원 넘는 곳이 드물고, 비구들도 100만원도 안 받는 곳이 있다지만, 문제는 해마다 기록이 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했다.

선방에서 스님들은 동안거, 하안거 식으로 석 달씩 참선수행을 한다. 그런데 한 번의 안거가 끝날 때마다 받는 것이 이른바 ‘해제비’라는 것이다. 학생이 공부하며 되레 공부에 대한 수고비를 받는다는 말이다. 많이 주는 곳의 해제비를 계산하면, 시간당 7만원 이상이 된다. 출가한 스님이 참선 한 시간 하면 간단히 현금 7만원 번다는 말이다. 이 정도면 의식 있는 스님들의 참회의 몸부림이 어디까지 이르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지면에 ‘집안일’을 공개하는 이유는 서두에 밝혔듯이, 눈 밝고 귀 밝은 스님들과 재가 불자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몇몇 스님들의 처절한 심정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가 신도들은 개인의 욕망의 성취를 위한 ‘지름길’로 불교를 이용하지 말고, 비불교적이고 출가자답지 않은 스님들에게 보시를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법 용화사 주지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