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이후 우후죽순 생겨
비싼 모의유엔대회도 와글와글
돈없는 학생들은 비빌 언덕 없다 지난 8월7~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조선일보> 주관으로 ‘모의유엔대회’(Sr.MUNOS)를 개최했다. 이번이 다섯 번째로 한국에서는 제일 큰 규모라고 한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무려 1000명씩이나 되는 중고생들이 모였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단 하나, 스펙 관리를 위해서였다. ‘스펙’은 비단 취업난을 겪고 있는 20대들 사이에서만 허용되는 말이 아니다. 중·고등학생들 역시 여름방학을 스펙을 쌓는 데 매진하며 보내고 있다. 이 스펙 경쟁을 부추긴 건 이번 해부터 도입되는 입학사정관제 때문이다. 서울대의 경우 ‘2011학년도 40% 사정관제 선발’이라고 한 마당에, 어느 누구도 정시만을 준비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다. 입학사정관제는 학생부 등 계량적인 성적뿐 아니라 개인 환경, 특기, 대인관계, 논리력, 창의력 등 잠재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합격 여부를 가린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런데 이상적 목표와 달리, 그 부작용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모의유엔대회는 국제관계학이나 외교학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스펙이다. 완벽하게 학과에 대한 열정, 경험을 살리는 스펙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아무나 참가할 수 없다. 참가비가 무려 ‘35만원’(사전교육비 5만원 포함)이기 때문이다. 1000명이 30만원씩을 낸 상황에 코엑스의 홀 대여료치곤 상당히 비싼 가격이다. 대회에 참가해도 문제다. 해외 ‘엠유엔’(MUN) 수상 등 다양한 경력을 뽐내는 고등학생들이 의장단이 되어 대회를 이끌어 가고, 학생들에게 상을 주는데, 이 때문에 대회의 공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복장 역시 문제다. 대회 공지에는 정장과 교복 모두 된다고 했으나, 실제 ‘엠유엔’ 대회에서는 예의를 지키기 위해 교복을 삼가고 정장을 입어 달라고 했다. 솔직히 학생 신분에 고가인 정장을 사는 건 여간 부담이 아니다. 안 그래도 스펙 관리에 드는 돈이 장난이 아니다. 토플에, 텝스에, 제2외국어 자격증에, 근데 여기에 학과 관련 경험, 리더십, 창의 사고력이라는 항목이 추가되면서 돈은 배로 들게 생겼다. ‘엠유엔’ 같은 대회들이 생겨났고, 리더십 캠프가 생겨났고, 사고력 인증 시험(toct)이 생겨났다. 하나같이 돈을 내야만 한다.
리더십 캠프 하나만 가려 해도 십만원 넘게 족히 깨지는 현실에 좌절하는 학생들이 보인다.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부모가 돈이 없는 대한민국 학생들은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현실 불가능한 사교육 철폐를 부르짖을 마음은 없다. 이제 돈이 없는 학생들은 그 나름대로 교육방송 등을 통해 부족하지만 자신들 나름대로 생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는 돈 없는 학생들이 비빌 언덕이 하나도 없다. 임소연 명덕외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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