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8.12 18:31 수정 : 2009.08.12 18:31

대학식당에서 마주치는 할아버지
길에서 마주치는 파지 줍는 할머니
4대강 20조 들이며 복지비 깎는데
수치상 경제성장이 무슨 의미인가

집이 지방이어서 자취를 하는 난 방학중에도 학교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곤 한다. 항상 학생들로만 가득 차던 식당에서 가끔 허름한 차림의, 약간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 한 분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곤 했다. 오늘도 그분을 볼 수 있었는데, 오늘은 그분이 바로 내 앞에 줄을 서서 반찬을 고르고 계셨다. 우리 학교 식당에서는 선택하는 반찬의 개수에 따라 금액을 계산하는데, 어느 학교 식당이나 그렇듯 아무리 많이 골라봐야 3000원이 조금 넘는 정도다. 가만히 그분을 뒤에서 지켜보니 한참을 고민하다 500원짜리 밥 한 공기와 200원짜리 김치와 300원짜리 멀건 국 하나를 들고 꾸깃꾸깃한 돈으로 계산을 하셨다. 나는 염치없게도 고기반찬에 과일까지 고른 쟁반을 들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식탁에 앉아 오늘 신문을 펼쳐보니 1면에 ‘기초 수급 대상자 7000명 지원 끊는 정부’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기사 내용을 읽어보니 예산액이 157억원가량 줄었기 때문에 지원 대상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언론 관련 취업 스터디를 하는 나는 며칠 전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토론을 한 경험이 있다. 기사를 읽고, 그때의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라 갑자기 허무한 마음이 들었다. 예상 사업비 약 22조원, 이후 수질개선, 연계사업 등 보조 사업비까지 포함하면 약 30조 이상. 이렇듯 토론중 ‘조’라는 화폐단위는 자주 언급되었다. 그 결과 토론이 끝난 후에는 ‘조’라는 엄청난 금액의 가치가 사라진 듯한 느낌이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한나라당 내에서도 많은 반대를 하는 사업을 위해 현 정부는 기초 수급 대상자에게 가는 157억원은 아까워하면서 이 돈의 1000배를 웃도는 돈이 드는 것은 아깝지 않은 듯한 모양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듯이 평범한 학생인 나로서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마음을 모르겠다.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통과시킨 청계천 사업의 영광을 잊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광우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남북관계 악화 등 최악의 사태를 맞은 지난 몇 년 동안의 실패를 뒤집을 히든카드로써 이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인지, 나는 감히 짐작만 할 뿐이다.

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우리 동네에서 박스를 주으며 사시는 할머니를 마주쳤다. 구부정한 허리에 손자, 손녀의 재롱을 보며 느긋한 노년을 보내실 나이에 두리번거리며 거리를 걷는 할머니를 보니 아까 읽은 신문 기사 하나가 생각난다. ‘우리나라 경제 회복세 돌입, 한국 4분기에 경기 팽창’. 대체 무엇이 경기 회복이고, 성장이란 말인가? 근거 자료로 제시한 ‘주가 상승, 수출 증대, 경기 선행지수 100 돌파’, 이런 건 여윳돈이 있는 주식 투자자들에게만 좋은 소식일 뿐, 현 정부가 특별히(?) 관심을 가져온 서민들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정말 서민들이 웃고, 행복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겨우 저 정도의 기사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경제란 단지 재화, 용역, 화폐, 그리고 이것들을 이용하는 모든 이들의 활동을 총칭하는 용어일 뿐이지, 결코 우리 삶의 질이나 만족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를 이루는 우리의 삶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통계 수치로만 판단한 허울뿐인 결과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김동민 서울 동대문구 제기2동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