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안해도 처벌조항 없어 실효 적어
부패방지법 ‘문책조항 삽입’과 함께
온정주의 사고 불식시킬 교육 따라야 “공직자는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다른 공직자가 부패행위를 한 사실을 알게 되었거나 부패행위를 강요 또는 제의받은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이를 수사기관,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여야 한다.” 부패방지법 제56조 공직자의 부패행위 신고 의무조항이다. “누구든지 부패행위를 알게 된 때에는 이를 국민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다”는 부패 신고 일반 조항보다 엄격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01년 법 제정 때 동료의 부패 신고 위반에 대한 문책조항을 따로 두지 못하였다. 이처럼 부패행위 신고 의무가 하나의 당위로만 인식되다 보니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충분히 문책할 수 있음에도 지난 7년여 동안 신고 의무 위반으로 징계 처분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작년 국제투명성기구 부패인식지수 평가에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4위를 한 싱가포르의 경우는 공무원의 신고 의무 위반시 처벌 조항을 명확하게 두고 있다. 최근 권익위에서는 부패행위 신고 의무 불이행에 대한 문책 의무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한 부패방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하였으며, 동료나 부하 직원의 횡령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고 묵인 내지 방조하는 경우 직근 상급자에 대해서는 횡령행위자보다 1단계 낮은 징계처분, 소속 부서의 동료 직원 등 기타 공무원은 2단계 낮은 징계처분을 하는 ‘부패행위 신고의무 위반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 강화 방안’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공직사회 내부에서 부패비리를 목격하고도 온정주의로 신고를 기피하고 신고를 마치 배반인 것처럼 몰아가는 인식이 여전한 상황에서, 그리고 신고한 사람을 왕따시키는 풍토에서 법령으로 신고 의무 미이행시 문책 조항을 하나 만드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아직 공공기관에서 부패행위 신고가 적극 장려되지 못하고 있으며 기관장에 따라서는 부패행위 신고와 보호보상 제도와 같은 교육 자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공직사회에서 신고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내 집단의 이익을 옹호하지 않음으로써 더 큰 집단에 대한 신뢰를 지키려는 노력은 인간 외에 그 어떤 동물 집단에서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배신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행동은 배신이 아니라 어찌 보면 지식인의 책무라고 볼 수 있다.” 이 구절은 한겨레출판이 펴낸 <배신>이라는 책자에 정재승 님이 남긴 말이다. 이 말처럼 특히 공무원의 부패행위 신고는 결코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한 배신이 아니며, 오히려 조직을 궁극적으로 살리는 것이며, 우리 사회와 국민을 배반하지 않는 길이고, 그것이 공무원으로서 당연한 의무라는 인식이 공직사회의 지배적 정서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삼풍백화점에서, 성수대교에서, 그리고 화성 씨랜드에서 공무원이 조직을 위해서 애써 눈감았던 묵인과 방조가 어떻게 우리 국민의 믿음을 철저하게 배신했는지 뼈아프게 목격한 바 있다. 아울러 신고자에 대해선 신분 보장이라는 소극적 보호를 넘어서서 원하는 부서로의 전직 등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포함하여 더욱 철저하고 체계적인 보호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지문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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