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한국이 단오절을 훔쳤다”와 같은출처를 알 수 없는 오해와 비방
한류 못지않은 혐한류에 당혹 시작은 강릉 단오절 문화제였다. 한국이 유네스코에 강릉 단오절 문화제를 신청하였다는 소식은 대만을 비롯한 중화권 전역에 ‘한국이 단오절을 훔쳤다’로 변해 전해졌다. 한국이 유네스코에 등록한 강릉 단오절 문화제는 중국의 시인 굴원의 그것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단오절 기간에 행해지는 일종의 축제 행사’였으나, 전후 사정이 어떻든 그 명칭이 ‘단오절’이라는 것에서 오해를 살 만도 했다. 이 일은 ‘손문(쑨원) 선생도 한국 사람이고, 두유도 한국 것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단오절도 한국 것이라 하는 거냐’며 한국에 대한 거센 반감을 더해주었다. 얼마 전 대만의 마잉주 총통이 ‘자칫하다가는 한국이 번체자(한자의 원래 형태)도 자국의 문화유산이라고 공식화할지 모른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마잉주 총통이 원래 하고자 했던 ‘정체자 교육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고, 간체자(중국 대륙에서 쓰이는 간소화된 한자) 공용 역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와 ‘문화유산 보존과 등재에 힘쓰자’는 내용의 발언에 묻어나온 이 한마디는, 금세 ‘한국이 이제 번체자도 빼앗으려 한다’로 변해 대만 전역, 그리고 중화권에 전해졌다. 이곳에 처음 오는 한국인들은 ‘한류 열풍’이라는 막연한 대상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곳 사람들이 한국인에게 비교적 호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도처에서 만날 수 있는 혐한의 기운들, 그리고 출처를 알 수 없는(혹은 거짓된 출처의) 한국에 대한 무조건적 비방을 그대로 받아들여 비난을 앞세우는 사람들, 그리고 십수년의 시간적 거리가 있는 <사랑이 뭐길래>와 <겨울연가>를 동시다발적으로 접한 관계로 ‘몇 편의 드라마 혹은 몇 명의 스타들’을 통해 형성된 한국에 대한 어그러진 단상들. 이곳에서의 한국은 이렇게 점점 오해와 불신, 혹은 맹목적인 호감으로 양분된 채 표류하고 있다. 올바른 정보, 객관화된 수치, 국가적 차원에서의 교류 등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한 나라에 대한 이해는 이렇듯 오해와 불신, 그리고 혐오의 감정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오해와 불신이 무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오해와 불신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처, 한국 언론의 관심 등은 대단히 미비하다. 이러한 오해와 불신은 ‘한류’로 풀 수도, 개개인의 민간외교로도 풀 수 없다. 국가적 차원에서의 대처, 한국에 대한 오보를 공식적으로 정정 요청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다른 나라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요구하고, 무조건적인 비난이나 호감을 지양하려는 성숙한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노수정 타이페이 지한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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