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
학교간 성적 경쟁 위해
방학까지 ‘몰수’해야 하나 전국 곳곳의 초등학교가 여름방학을 반납하고 보충수업에 들어갔다. 일제고사 부활 뒤 우리 아이들에게, 방학이라는 설렘은 이제 즐거움이 아닌 수난시대가 된 것이다. 단순히 권장사항일 뿐이라고 하는 학업성취도평가 대비 보충수업은 초등 6학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일부 교육청에서는 초등 1학년부터 보충수업을 받도록 지시하고 있다. 현 정부는 일제고사를 부활시키는 목적이 학습 부진 학생을 가려내어 학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제고사는 단순히 학생 개인의 학습 부진을 위한 대책이기보다는 학교간 경쟁을 부추겨 학교 격차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 여름방학도 강제로 반납한 채 강행한 보충수업이 그것을 입증해 주지 않는가. 신나게 뛰어놀고 자유롭게 생각해야 하는 시기에 우리 아이들은 불합리한 교육정책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물론 방학 중 사교육비 부담이 걱정이었던 학부모들에게는 공교육이 해결해준다고 하니 반가운 일일 수도 있겠으나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방학 중 보충수업이 과연 사교육비 부담 해결을 위한 정부의 순수한 대책인가 하는 것이다. 6학년의 경우 10월에 있을 일제고사 대비를 목적으로 그것에 맞는 문제풀이로 심화학습을 한다고 한다. 이것은 개인의 학습 부진을 위한 개인 맞춤형 지도와 학습이 아니라 각 학교의 일제고사 성적 경쟁을 위한 것이다. 또다른 문제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이다. 무료 수업이니 무조건 다 등교해야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일제고사를 거부한 학생·학부모들과 함께 방학 중 보충수업을 거부하면 어찌 되는 것일까. 별거 아닌 것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말고 그냥 남들 하는 대로 하면 되는 거지 하는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걱정이 될 것이다. 내 아이만 소외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나중에 나에게 닥칠 이 억지스런 초등학교 방학 중 보충수업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나 역시 지금 초등 2학년 아이를 둔 엄마이기에 이런 근심들을 생각하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내 아이도 올해 겨울방학에라도 당장 방학을 약탈당한 채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가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이것은 분명 “엄마, 내일이면 방학이야!”라며 신명나던 내 아이에게 ‘학교는 방학도 빼앗는 도둑’이라 여기는 상처를 남겨주게 될 것이다. 친구와의 점수 경쟁이 학교간 순위 경쟁이 될 것이고 이것은 자연스레 사교육 증감으로 연결된다. 공교육을 강화하여 사교육비를 감소시킨다던 정책은 벌써 온데간데없고 ‘사교육비 계속 오름세’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아이들에게서 웃음조차도 사라지게 하는 이런 모순의 교육을 계속 강행하다가는 결국엔 훗날 방학도 없애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과연 우리 아이들이 빼앗긴 방학에도 봄은 올 수 있는가. 그러나 지금은 방학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길 위기에 처한 이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거듭 안타까울 뿐이다. 추소라 전남 순천시 연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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