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지위 부여에만 관심
‘녹색’의 출발은 자발적 감축이다 올여름의 집중호우는 정권의 일방통행에 시달리는 우리들 마음을 더욱 후텁지근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집중호우에 대해 기상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또 하나의 증거라고 보고 있다. 지난 5월 기상청이 발간한 자료집을 보면, 1912년부터 2008년까지 96년간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1.7도 올랐는데, 그것은 전체 지구의 평균 기온이 1912~2005년 사이에 0.74도가량 상승한 것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라 한다. 당시의 기상청 자료집은 집중호우의 지역 편차가 심해져 홍수피해가 늘어날 것을 이미 예상하였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힘겨운 노력들을 벌이고 있으며, 오는 12월 8~1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제15차 기후변화협약과 제5차 교토의정서 당사국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여기서는 지구촌의 최대 위협으로 떠오른 기후변화에 대한 2012년 이후의 대응이 논의될 것이다. 중차대한 회의가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 정부와 국민의 자세는 너무 안이하며, 심하게 표현하면 기회주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까지 교토의정서 체계에서 한국은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인정받아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서 벗어나 있었는데, 이번 회의에서도 어떻게 하면 감축 의무를 부담하지 않을까 또는 부담 의무를 적게 질까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아니면 국외자의 입장에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식의 태도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여섯째로 많은 온실가스 배출국이 되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속도도 가장 빠르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안이하게 대응해 왔다는 증거 가운데 하나가 아직까지도 한국 정부가 스스로 세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없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세계 각국의 대응을 보면, 온실가스 누적배출량 세계 1위인 미국은 우등생이 아니라 불량학생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역력하다.
오바마의 미국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에도 힘을 기울여 하원에서 지난 6월26일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기후변화 법안을 극적으로 통과시켰다. 부시 정부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변화가 미국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 법안에는 미국이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수준의 17%, 2050년까지 83%를 감축하는 목표가 제시되어 있다.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 문제에서 미국 등 불량학생의 뒤에 숨어 자발적인 감축에 전혀 나서지 못했다. 이제라도 자체적인 감축 목표를 세워야 하는데, 민간연구소인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2005년 대비 2020년까지 20% 감축을 목표로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정부가 4대강 사업과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을 포기하고 진정한 의미의 ‘녹색’ 대안을 강구해야 하겠으나, 시민들과 언론도 좀더 전향적인 방안을 토론하고 실천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문제해결의 첫발조차 내디딜 수 없기 때문이다. 최홍엽 조선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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