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관 철거 무조건 반대하기 앞서
인문적 가치가 무언지 고민해야 언젠가부터 광주엔 사회·정치적 토론만이 남았다. 술자리는 물론 사람들이 모이면 사회·정치 문제만을 화두로 삼는다. 그런 현상에 매몰되어 있기에 광주는 갑각류의 껍질처럼 사유가 굳어버린 도시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런 사회·정치적 이슈들도 궁극적으로는 참다운 사람살이를 목적으로 한다. ‘5월’을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 이 도시에서도 이제 인간 곧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진지한 모색과 탐구가 있어야 한다. 아니, 아예 그런 본질적인 것으로 우리의 사유나 실천의 방향을 틀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지식인, 사회운동가들도 진정 사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인문의 가치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1년 넘게 논란이 끊이지 않는 도청 별관 문제도 그렇다. 5·18광주민중항쟁이 시민의 힘과 시민의 저항으로 이루어졌기에 도청은 시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자고 한 저항 아니었던가. 그 저항이 겉으로는 사회·정치적 가치이지만 개인들 내적으로는 참다운 삶을 위한 자기결단이었기에 본질적으로는 인문적 가치이다. 문화전당은 바로 이런 인문적 가치에 바탕한 문화예술 공간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도청 별관 철거 문제에 관한 한 5월 단체들도, 무슨 10인위원회도 그 해법이 틀렸다. 별관 철거 반대만을 무작정 주장하거나, 별관 건물에 5월의 문을 내고 건물은 존치하자는 이야기가 도대체 왜 나오는가. 설계자 우규승씨는 바로 오월의 유적인 도청 등을 죄다 보존해내고자 문화전당을 지하로 넣었다고 한다. 만약 문화전당이 지상으로 결정돼 화려한 건물이 들어섰다면 오히려 옛 도청은 더욱 초라해 보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별관만은 어쩔 수 없이 철거해야만 오월유적지와 문화전당이 조화롭게 만나게 된다는 매우 합리적이면서도 심오한 예술적 판단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믿건대, 그런 반대측과 찬성측 각기가 개인적인 정치적 입장이나 목전의 어떤 이익 때문에 자신들의 입장을 고집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시민의 힘과 시민의 저항에 바탕한 시민의 감동을 집약해내는 공간이 도청 등 오월유적지와 공존할 문화전당이라는 생각에 동의한다면, 지금 모두 다 자기의 도덕적 내면을 응시하여야 한다. 참다운 삶을 위한 일에 추호도 양심에 빚 될 것 없는 인문적 사유와 결단으로 광주를 새롭게 일으켜야 한다. 고재종 시인,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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