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노골적으로 사업자 편
환경영향평가 ‘개발 면죄부’로 전락 환경영향평가는 어떤 개발 행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서 그것의 피해를 비껴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환경 파괴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그 한 장면을 보자. 파주 건국대 골프장. 27홀, 50만평의 산을 들어내는 개발사업이다. 이 산은 경기도지사가 지정한 경기도 녹지 축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환경 지표종으로 꼽히는 꼬리치레도롱뇽이 한겨울에도 골짜기마다 살고 있을 정도로 생태 환경이 우수하다. 환경부 조사로도 10여종의 법정 보호종이 출현하는 곳이다. 공청회에 제출된 전문가들의 의견은 그것을 확인해주었다. 게다가 이 골프장 부지에는 서울시립대 이경재 교수 팀의 조사 결과 30~40년 이상 된 나무들이 빽빽하고 다양한 식생이 발달한 녹지자연도 8등급이 광범위하게 분포했다. 녹지자연도 8등급지에는 골프장이 들어설 수 없다. 내 주장이 아니다. 바로 2008년 8월 ‘친환경적 골프장을 위한 환경평가 협의 방향’이라는 이름으로 환경부가 발표한 내용이다. 아무튼 골프장을 추진하는 건국대는 8등급지를 7등급지로 표기한 환경평가서를 제출했다. 그토록 흔하게 보이는 꼬리치레도롱뇽은 아예 그 존재 자체를 없는 것으로 기록하였다. ‘거짓과 부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처리하는 환경부 행정의 편파성은 전례 없이 노골적이었다. 아무튼 주민 쪽은 양쪽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리니 공동으로 조사단을 구성하여 현장을 재조사할 것을 제안했다. 우리 의견이 옳으니 이를 받아들여 달라는 것도 아니고,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공동으로 재조사를 하자는 것은 상식적인 요구 아닌가? 그러나 환경부 한강유역 환경청을 찾아간 주민들은 “이경재 교수와 박병상 박사를 빼라. 그러면 공동 재조사를 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는 노골적인 종용의 말을 몇 번이고 들어야 했다. 환경부가 그 두 전문가를 ‘왕따 시키려는’ 납득할 만한 근거는 들을 수 없었다. 사업자가 그들을 빼야 재조사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는 발언만을 들었다. 이토록 서슴없이 노골적으로 사업자 편을 드는 환경 행정이 있을 수 있을까? 결국 공동 재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요구를 담은 공문에 대해 일언반구 이렇다 저렇다 대답도 없었다. 주민·전문가들이 제출한 의견이 환경평가서에 반영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왜 그랬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한강유역 환경청은 자신들이 재조사해서 알아서 처리했으니 그리 알라고 말할 뿐이다. 이토록 전횡을 휘두르는 환경행정을 보면서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개발의 면죄부’로 전락시키는 것은 제도의 취약성 말고도 이를 사업자 편향적으로 운용하는 관료들임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현숙 파주환경연합 의장 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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