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7.22 20:34 수정 : 2009.07.22 20:34

비정규직법은 정규직 전환 약속 법
여당 유예안은 근본 해결책 못돼
정규직 전환 모범 알리고 재정 지원…
모든 수단 동원해 일자리 보장해야

온 나라가 거절과 배제로 인해 아픔이 가득하다. 쌍용자동차에 들이닥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이하 ‘경영해고’)의 한파가 거세고,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로 인해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해지가 이어지고 있다. 도대체 우리 노동사회에 이러한 아픔이 아닌 포용을 통한 상생을 이야기할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

우선 현재 통용되고 있는 용어의 올바른 사용이 필요하다. 이른바 ‘정리해고’는 우리나라 노동법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은 용어다. 정확한 법률상 명칭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이다. 따라서 사용자는 경영상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이지, 근로자를 정리한다는 식의 ‘정리해고’라는 용어의 사용은 비인간적이고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기간제법과 관련하여 이른바 ‘비정규직’이란 용어의 사용도 올바르지 않다. 왜냐하면 비정규직에는 기간제 근로나 단시간 근로 이외에도 파견근로, 사내하청 등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할 다양한 근로형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정부가 고용 유연화의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해고 자유의 원칙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노동법상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인데, 1997년 법개정을 통해 경영상 이유가 있는 경우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해고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특히 이러한 경영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반드시 해고회피노력을 다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는 경영상 어려움이 있더라도 배치 전환이나 일자리 나누기 등의 조치를 통해 고용을 계속적으로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생각건대 우리나라에서 미국과 같은 해고 제도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사회적 토양이 바뀌어야 한다. 반세기 이상 미국 밭과 한국 밭은 다른 필요와 방식을 통해 사회적 토양을 일구었다. 즉 미국 기업사회에서는 근로자의 고용이 ‘일’과 결부되어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직장’과의 결부가 상당히 강하다. 따라서 한국 밭에 미국식 경영해고의 뿌리를 내리려면 상당 기간 토양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한편 기간제법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동시장정책이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2년의 기간을 통해 정규직 전환의 계기를 만들고, 정부는 정책적 보완을 통해 이를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 로마법의 법언에는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라는 원칙이 있다. 국가가 입법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보장한 약속은 원칙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정부·여당의 주장처럼 유예한다고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 정부는 그것이 지켜질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모든 정책적·재정적 수단을 동원하여 정규직 전환을 통한 일자리의 유지를 보장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기간제법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정규직 전환의 모범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또한 모든 기업체에 기간제법에 따른 정규직 전환 매뉴얼의 보급과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물론 정부가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은 회사에 정규직 전환을 강요할 수는 없다. 다만 정부는 정규직 전환의 모범이 쌓일 때까지 적극적으로 재정적인 지원을 다하면 된다. 문제는 재정적 예산인데,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과 같은 대규모 사업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을 위해서는 22조2천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재정 지출을 아끼지 않으면서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는 재정적 부담에는 상당히 인색하기만 하다(정규직전환 지원금 1185억원). 도대체 기존 일자리를 대신해 단순한 통계수치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이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는 서민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방준식 영산대 교수·법학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