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계약 해지 방지가 핵심
안심하고 일할 사회 합의 이끌어야 낚시 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역시 ‘기다림의 미학’이다. 옛 선조들이 그들의 심정을 담담하게 풀어낸 흔적들을 더듬어 보면 곳곳에서 우리 선조들이 낚시로 여유와 평안을 즐겼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월산대군이 쓴 “낚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라”라는 중장과 종장은 가히 ‘백미’라 칭할 만한 구절이다. 그런데 요즘 비정규직법안을 둘러싸고 여야는 이상한 낚시질을 하고 있다. ‘기다림’이 있다는 점에서는 우리 선조들이 즐겨왔던 낚시와 비슷한데 어째 그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 2009년 7월1일, 어느덧 2년이 지나 비정규직법은 이미 수면 위로 올라왔는데, 여야는 아직도 비정규직법 시행의 후폭풍을 대비하는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서로의 견해차만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벌써 공공기관에서부터 그 후폭풍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유예’ 여부를 가지고 구태의연하게 아전인수식 주장으로 날선 대립만 거듭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수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위한 실질적 대안책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 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하는 세계 경제 흐름 속에서, 앞으로도 심각한 경제 위기는 언제고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게 전세계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는 비정규직법을 ‘유예’하든 안하든 설사 힘겹게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하더라도, 고용시장은 결국 기업들의 경영 여건, 더 나아가 세계 실물 경제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정규직과 비정규직만 가지고 이분법적인 틀에만 갇히는 것은 유연한 대처가 아니다. 지금 우선적으로 더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가장 큰 고통인 고용 불안감을 완화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고, 또한 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합리하게 노동력을 착취당하면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을 사전에 막아줄 제도와 사회적 합의다. 그러나 물론 가능한 한 최대의 정규직 전환을 이루는 것이 최선의 결과지만, 기업이나 경제 상황에 따라 그럴 여건이 안 될 경우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임금상의 차별을 감수해야만 한다면, 기업은 차후의 더 나은 복리후생과 고용보장을 약속하고 이행해야만 한다. 정부도 갖고 있는 비정규직 예산을 우선 지원하고, 선진국들의 사례도 참고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계약 해지에서 보호할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면 서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기업 환경이 점차 호전되면 그 기업과 운명을 함께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는 일부 금융권 기업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의 가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부터 마련하려고 해야지, 이미 발효된 법에 대해 특히 여당이 협상 테이블에서 ‘유예’ 카드를 가지고 신경전만 되풀이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비정규직의 최대 정규직화 전환을 목표로 설정하고 하나씩 하나씩 급한 문제부터 그리고 쉬운 문제부터 접근해 가는 것이 옳다. 계속 여야가 정작 당사자들의 심정은 헤아리지도 못하면서 서로 명분과 이해관계를 토대로만 이 난제를 접근한다면, 얽힌 실타래를 풀기는 어려울 것이다. 엉뚱한 포인트에 낚싯대를 던져놓고 ‘월척’을 기대할 수는 없다. 빨리 본질을 깨닫고 서로 양보하면서 실질적인 합의를 이루길 바란다.
손현성 서울 마포구 공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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