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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08 21:17 수정 : 2009.07.08 21:17

6월16일 새벽, 숭실대 앞 노점상이 강제 철거됐다. 몇 달 전부터 이어진 갈등이 결국 폭발했다. 5월 초 학교 안에 펼침막이 걸렸다. 학교 쪽이 내건 펼침막에는 ‘숭실의 얼굴 이대로 좋은가?’, ‘“숭실다움”의 캠퍼스를 만들자!’ 등의 문구가 새겨 있었다. 그즈음에 ‘깨끗한 숭실대를 위한 모임’(이하 깨모)이라는 단체가 생겼다. 깨모가 쓴 글이 여기저기 눈에 띄기 시작했다.

글 안에 강조하려고 굵은 글씨로 쓴 내용만 추려보면 이렇다. ‘(노점상은) 생계수단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두셨으면 좋겠습니다. 포장마차에서 판매되는 비위생적인 음식을 사먹지 말아야 합니다. 포장마차 음식을 먹고 병이 걸려도 우리는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동작구청에서는 포장마차를 그냥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학우 여러분! 숭실대학교의 학생으로서의 권리를 찾고 깨끗한 숭실대학교를 만들어 갑시다!!’

이에 ‘민중해방열사 박래전 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에서 반박 의견을 냈고, 공청회를 제안했으나 깨모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깨모의 대표는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다. 교내 신문인 숭대시보에 ‘익명이 보장돼야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활동들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을 뿐이다.

몇 가지 의문이 솟구친다. 깨모는 학생이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라고 말한다. 이 단체에 보이는 학교의 애정과 지원이 낯설다. 학교의 입맛에 맞는 활동만 힘껏 밀어주고 입맛과 다르면 모른 체하는 게 합당한가.

깨모는 주장한다. 학교 앞 노점상은 생계수단이 목적이 아니라고. 노점상의 진짜 정체가 궁금한가? 2004년 상도동 재개발 강제 철거로 거리에 쫓겨난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사이 학교 쪽은 교내에 매점을 만들었다. 노점상과 같은 음식을 판다. 가격은 훨씬 싸다. 비싼 등록금 덕에 생활비 한 푼이 귀하다. 당연히 학교 안 매점을 찾는다. 교내 매점을 만들 때 노점상에 먼저 기회를 줬다면 지금처럼 싸움이 커졌을까? 대형할인점을 만들어 구멍가게를 죽이는 식의 대응책밖에 없었나?

왜 깨모와 학교 쪽은 소통 요구에 모르쇠로 버티는가. 깨모는 동작구청에 항의 방문도 했다. 주장이 확고하면 합리적인 논거로 공청회에서 토론하고 설득하라. 학교도 마찬가지다. 대안 제시나 대화의 시도가 있었나. 강제 철거로 모든 일이 끝나는가. 내가 아는 대학은 지성인의 요람이다. 지성인은 사회의 첨예한 갈등을 힘이 아닌 대화로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이다. 미관을 해친다면? 노점상의 자리 이동, 깔끔한 디자인의 통일은 어떤가. 비위생적이라면? 학교가 외부업체를 선정해 정기적으로 위생검사를 하면 어떨까.

학교가 학생을 위해 노점상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선 건 고맙다. 하지만 노점상보다 시급한 과제가 많다. 등록금은 연간 1000만원도 모자랄 지경이다. 상시정원평가제를 도입하면 순수학문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다른 쟁점에도 노점상에 쏟는 만큼의 열의가 숙지근해지지 않길 기대한다.


최기성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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