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7.05 20:57 수정 : 2009.07.05 20:57

아직 눈물이 채 마르지 않았다
열정과 애정 지극한 교사
교단서 쫓아내는 일 거두라

8명의 교사가 해임되고, 80명이 중징계를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해임 이유는 시국선언을 주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1만7천명이 넘는 많은 교사들이 시국선언에 참가했다. 그중엔 전교조 소속이 아닌 교사들도 있다. 아시다시피 시국선언은 교사들만 한 것이 아니다. 학계, 종교계, 문화계 …, 각계 수많은 분들이 시국선언을 했다.

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충정 어린 고언을 일거에 철퇴로 내리쳤다. 1만7천명의 교사들이 폭력시위를 한 것도 아니요, 무력으로 봉기하여 청와대나 교육부를 습격한 것도 아닌데, 교직에서 쫓아내고, 앞으로 나머지 교사들에 대해서도 징계를 하려고 한다. 지금이 일제나 유신 치하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전 국민의 평균 학력이 선진국보다 높고, 경제력이 상위권에 속하는 민주국가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작년 말 일제고사 거부로 교사 10여명이, 사랑하는 학교와 제자들의 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그들의 눈물이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정부와 교과부는 또다른 생이별의 현장을 만들려고 한다. 잘리는 그들만이 아픈 것이 아니다. 남은 자들의 아픔과 미안함은 그 이상이다.

교과부는 교사들의 시국선언이 정치활동 금지 위반이라고 한다. 특정 정당을 지지한 것도 아니요, 선거활동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현장의 교사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다. 이 정부 들어서서 자립형 사립고는 부쩍 늘어나서 공교육이 더욱더 부실해지고, 갈수록 경쟁 만능의 입시 교육이 기승을 부린다는 것을 말이다.

많은 교사들이 갈수록 자신의 다양한 수업 방법을 접고, 성적을 가시적으로 올릴 수 있는 문제풀이식 입시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초·중학교의 일제고사 부활로 그러한 현상은 더욱더 심해지고 있다. 창의적인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들은 대안교육이나 외국 유학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게 현 상황이다. 교육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것이 정치권이요, 사회의 모든 부문이 정치의 영향권 안에 속해 있을진대, 어떻게 교육과 정치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교육에 대한 열정과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지극한 교사들을 교단에서 쫓아내는 일을 지금이라도 거둬들여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형평성에 입각하여 1만7천명이 넘는 모든 교사들의 목을 함께 쳐라. 2차 선언에 참가하는 교사도 모두 쫓아내라. 같은 공무원 신분인 국공립대 교수도 함께 해임시켜라.


박영숙 매천중 교사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