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 혹은 민영화 추진
농업 비중 줄어들었다고
농진청 역할이 준 게 아니다
농업 살릴 공익적 관점서 봐야 지난 6월8일 농업인 신문 보도에 의하면, 농어업선진화위원회가 농촌진흥청 조직과 업무를 대폭 개편하는 새로운 틀을 짜고 있다고 한다. 이번 개편안의 골자는 농촌진흥청의 주요 업무 중의 하나인 연구 부문이 효율성 그리고 운영과 관리에 문제가 많아 이 부문을 농촌진흥청에서 떼어내면서, 중앙행정기관으로서 농촌진흥청을 폐지하고, 산하 연구기관만 남겨 농촌진흥청을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나 민영기관의 성격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업의 패러다임을 규모의 경제, 생산성 증대에서 안전 안심 먹을거리의 생산과 공급, 환경 보전,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시민농업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전제하면, 그동안 규모의 경제, 생산성 증대, 유전자 조작 종자 개발 등에 주로 초점을 맞추던 농촌진흥청의 연구나 업무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점에서 개편 방향은 일견 타당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농촌진흥청을 폐지하고,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나 민영기관의 위상으로 전환하는 개편안은 몇 가지 점에서 동의할 수 없다. 농어업선진화위원회의 개편 방안은 그동안 농촌진흥청이 해오던 연구관리 기능을 가칭 농림수산식품기술평가원으로 이전하고, 연구의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민간 부문에 맡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업 분야의 연구는 민간 부문에 맡길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아니다. 민간 부문에 맡기게 되면 돈과 이윤이 되는 분야만 연구가 이루어진다. 그리하여 영농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 농업인들이 원하는 기술, 시의성이 떨어지는 분야의 상당 부분이 연구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농어업선진화위원회의 농촌진흥청 폐지의 논거는 우리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었는데 농촌진흥청이 방만한 예산을 집행함으로써 효율적이지 못했다는 것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도 문제가 있다. 농촌진흥청과 같은 공공기관과 관련하여 평가의 중요한 기준은 효율성이 아니라 공익성, 책임성이어야 한다. 농업을 다룰 때 경제적 관점에서만 다루는 것도 위험한 생각이다. 스위스 같은 나라에서는 농업정책을 경제정책이 아니라 사회정책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을 새길 필요가 있다. 농촌진흥청은 농업 관련 연구 이외에 농촌지도사업 그리고 근래 들어 지역특성화 사업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소비자농업 사업, 한식 세계화 사업 등을 확대해 왔다. 농촌진흥청이 농어업선진화위원회의 개편안대로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나 민영기관의 위상을 갖게 된다면, 지금 농촌진흥청이 역점을 두고 있는 지역특성화 사업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소비자농업 등은 추진이 어렵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농업의 붕괴가 더욱 빨리 진행되고, 농업인들은 지금보다 더 열악한 처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 현장의 실태, 낮은 식량자급률, 그리고 도시민들의 먹을거리 위기 등을 고려하면 농업과 먹을거리의 비상사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정부 그리고 농어업선진화위원회가 해야 할 일은 특정 농업 관련기관의 기능 조정이 아니라,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을 살릴 수 있는 방안과 방법론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러한 방법론과 방안이 마련된 뒤 농촌진흥청 등에 대해 개편이 필요하면 그러한 방안에 기초해서 개편작업을 해야 마땅하다. 단지 효율성이나 능률만을 염두에 둔 농촌진흥청의 개편 방안은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 비공개리에, 또 이해당사자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되고 있는 농어업선진화위원회의 농촌진흥청 개편 관련 작업은 중단되어야 한다. 김종덕 경남대 교수·농업사회학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