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자리 둘러싼 내홍 심각
연간 166억 지원되지만 활동은 미미
그럼에도 정부는 지부 늘리려 해
재외동포 표밭 다지기 속셈 아닌가 최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지역의 한인사회에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위원 선정을 둘러싸고 한인들 간에 갈등이 생겨 휴스턴 한인사회가 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국내에서는 거의 유명무실한 단체인 민주평통이 국외에 있는 동포들에게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은 민주평통이 헌법기관이자 대통령 직속의 자문기구라는 점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민주평통이 해외에 거주하는 일반인들이 정부에서 운영하는 조직의 위원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단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위원 선정 과정에서 잦은 마찰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결국 한인사회의 분열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열 경쟁을 통해 구성된 민주평통 지역위원회가 본연의 임무인 대북정책 자문, 통일정책 수립, 재외동포 사회의 통일 역량 결집 등을 위해 하는 역할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름만 있고 활동이 부실한 민주평통의 폐지론을 제기하고 있다. 친여권 인사들로 구성된 민주평통은 전세계적으로 약 1만7천명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돼, 조직 운영을 위해 연간 166억원의 정부 예산이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문위원 수가 너무 많아 2년의 임기 동안 전체 위원이 모이는 회의는 단 한 차례밖에 열지 못하는 실정이고, 본연의 임무인 평화통일에 대한 실질적인 자문도 불가능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 유명무실한 조직을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끌고 가는 이유는 민주평통을 정부 정책의 지지세력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깊이 숨어 있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700만 해외동포 네트워킹 프로젝트’ 구상을 밝히고 민주평통의 해외지부도 현재 65개에서 100개로 늘리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부의 민주평통을 포함한 친여 성향 해외조직 확장 움직임에 대해 시민단체들과 야권에서는 2012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현 정부가 직접 나서서 친여 성향의 재외동포 조직을 꾸리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재외동포 조직의 확대를 통해 2012년 대선에서 친여 성향의 후보를 지원할 수 있는 조직을 미리 준비해, 140여만명에 이르는 재외국민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계산이 깔린 의도된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특히, 재외동포들에게도 참정권이 주어진 상황에서 인사권과 재정권이 정부의 영향력 아래 놓인 이러한 조직들은 친여 성향의 인사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원활한 모임과 토론의 활성화를 통해 실질적인 자문기구의 구실을 할 수 있도록 1만7천명이라는 자문위원 수도 대폭 줄여야 한다. 활동사항이 미미한 민주평통과 같은 방만한 조직을 축소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 정책에도 부합한다는 사실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