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22조원 들이면서
재생에너지에는 예산없단다
2012년 도입될 정책은 더 후퇴 정부는 지난해 8월 제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을 10.7%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 기본계획이 발표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이 목표치의 달성은 벌써부터 불가능해 보인다. 지난 4월 지식경제부는 일방적으로 발전차액 지원제도 관련 고시를 개정해 발표했다. 말이 좋아 개정이지 그 내용은 완전 개악이다. 이제 한창 붐이 일고 있는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찬물을 끼얹듯 연도별 한계용량을 설정해 설치를 더 원해도 할 수 없도록 법으로 차단해 버린 것이다. 언론 보도를 보니 이 발표가 난 뒤 1주 만에 정부가 설정한 연간 한계용량의 선착순 접수가 끝났다고 한다. 정부는 예산 부담 때문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멀쩡한 강 뒤집는 삽질 사업인 대운하 건설에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정작 미래를 향한 ‘신성장동력 및 일자리 창출’ 사업인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는 예산이 부족해 더는 육성할 수 없다고 한다. 재생가능 에너지와 관련한 또 하나의 정책 후퇴는 2012년 시행 예정인 공급의무화 제도(RPS)와 관련한 것이다. 2002년 도입되어 시행중인 현재의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2012년 이후 공급의무화 제도로 대신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의 시행을 3년 앞둔 현재에도 이 제도가 규정할 ‘의무할당’ 때문에 많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의무할당을 부여받을 발전회사에서는 의무할당 목표치가 너무 높다며 저항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그 의무할당을 손쉽게 단숨에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이 계획되고 있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인천과 강화도, 가로림만 등 서해안 곳곳은 바닷물을 가로막는 조력발전소 건설로 또 한번 환경파괴와 관련한 홍역을 치러야만 한다. 시민단체는 이 새로운 제도가 현재의 제도보다 비효율적이며 많은 갈등을 내포하고 있음을 계속해서 지적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어떠한 비판의 목소리도 배제한 채 제도 시행 강행만을 외치고 있다. 발전차액 지원제도가 공급의무화 제도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은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에서도 인정한 바 있다. 또한 공급의무화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영국과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공급의무화 제도의 단점을 인정하며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머물고 있는 독일은 재생가능 에너지의 선두 국가로 전세계에 알려져 있다. 이 힘을 바탕으로 독일 정부는 지난 1월 국제재생가능에너지기구(IRENA)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는데, 한국 정부도 이미 참여에 서명했다. 독일은 우리보다 일사량이 30%가량 낮은, 태양 자체가 부족한 나라다. 이런 불리한 여건을 무릅쓰고 독일이 세계의 태양광 시장을 이끌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나의 경험과 배움에 따르면, 그 비결은 다름아닌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정책에 있다. 일사량이 적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재생가능 에너지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며 기후변화 시대를 대비하는 좋은 해결책이라는 장기적인 비전과, 재생가능 에너지의 확대 보급을 통해 미래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정부의 전략이 맞물려 만들어진 독일 정부의 정책이 지금의 성공을 이끈 실질적인 배경이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를 미래를 선도할 ‘차세대 성장동력’이라 표현하며 ‘선진국 수준의 기술 수준 확보’를 통해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 기술 확보와 개발이라는 것이 정부의 계획에 단어 몇 개 집어넣는다고 실현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급 확대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수요도 없는 기술을 누가 개발할 것이며, 검증도 안 된 기술이 어떻게 해외 수출로 이어질 수 있겠는가. 예산 타령만 하며 보급 확대를 가로막아서는 보급은 둘째 치고 기술은 늘 선진국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염광희 독일 플렌스부르크대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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