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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3 19:29 수정 : 2005.05.23 19:29

한 마디로 지금 우리 교육이 겪는 어려움은 모두 철학의 부재에 있고, 그것을 모색해 가려는 소통의 단절에 있습니다. 지금 전교조가, 40만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한마디로 교육정책을 좌우하는 당국과의 말의 단절, 소통의 단절입니다.

지금 우리 교육은 크게 보아 두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나는 수십년 독재정권 아래서 굳어진 관료주의가 별반 개선되지 않은 채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데서 파생하는 온갖 어려움입니다. 미래 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을 유연하고도 창조적인 사고를 갖도록 가르쳐야 할 교육당국과 학교가 민주화 지체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닙니다. 많은 사립학교에서는 아직도 유신체제가 계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얼마 전에 있었던 학생들의 두발 자유화 요구 집회에는 ‘지도하러 나오신’ 장학사, 학생부장교사들이 학생들의 몇배나 되지 않았습니까? 교장 되려면 교장 선생님께 잘 보여야 하고, 잘 보이려면 소신보다는 아무래도 눈치가 더 요구되는 교직 풍토가 어디 조금이라도 바뀌었습니까?

다음으로는 최근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는 시장경제 논리에 입각한 교육 재편 정책입니다. 정말 어려운 것은 교육부가 이러한 정책들을 ‘개혁’의 이름으로, 때로는 ‘국민여론’이라는 이름으로 밀고 들어온다는 점입니다.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무엇보다도 학교를 증설하여 학교당,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 교원들을 더 많이 충원하고 그들을 재교육시키는 등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데 힘을 기울이라”는 전교조의 주장에 대한 메아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돈 많은 학부모들이나 소비할 수 있는 자립형 사립고를 세웁네, 고교 평준화를 해체합네, 교사들에게 성과급을 주어 보수를 차등화합네, 교원평가를 실시합네 하는 정책들이 커다란 파도처럼 우리 교육을 집어삼키려 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들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교육을 교육이 아닌 다른 것, ‘상품’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교육의 상품화는 필연적으로 ‘상품의 표준화’, 다시 말해 교육의 획일화를 초래하지 않겠습니까? 교육은 미래 지향의 진취적 소양을 갖춘 민주시민을 기르는 지성의 장이어야 하고, 논리와 이성이 말을 하는 장이어야 한다는 이런 상식적인 이야기를 우리 교사들은 수십년을 반복해오고 있습니다.


이런 두 가지 과제를 앞두고 있음에도 우리 교육은 지금 어디를 지향하는지 혼돈 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제가 두 가지라고 이야기했습니다만 한마디로 지금 우리 교육이 겪는 어려움은 모두 철학의 부재에 있고, 그것을 모색해 가려는 소통의 단절에 있습니다. 지금 전교조가, 40만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한마디로 교육정책을 좌우하는 당국과의 말의 단절, 소통의 단절입니다. 교육담당 부서를 ‘교육인적자원부’라고 부르는 게 과연 타당하겠습니까? 장관을 교육과는 전혀 무관한, 경제만을 맡아왔던 분에게 맡기는 일도 부서 이름을 그렇게 붙이는 사고방식이 없다면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조선시대에 학술을 담당하는 대제학은 만인지상이라는 영의정보다 더 존경받았으며, 그 자리는 당대 석학에게만 맡겼다고 합니다. 심지어 적임자가 없으면 자리를 비워두기까지 했다지 않습니까? 교육부 수장은 마땅히 조선시대에 대제학을 임명하던 정신으로 사람을 가려서 맡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마디로 우리 교육을 바로잡는 일은 교육을 바라보는 철학의 정립에서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성대/삼성중 교사pinever@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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