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처리 비용에 천문학적 예산
국제사회 민감 반응 고려하면
정치 경제적으로 비현실적 제안 최근 한나라당과 일부 신문에서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을 통해 한국의 재처리 금지 해제를 포함한 핵연료 주기 완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그중에서도 논의의 초점이 될 재처리 공장이 필요한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 채, 감정적인 논의에 치우쳐 있는 것 같다. 세계에서 핵 보유국 이외의 국가로서 상업용의 재처리 공장을 가지고 있는 곳은 일본뿐이다. 일본의 경우, 두번째 재처리 공장(상업용 규모)은 애초 계획에서 2000년 영업 개시를 목표로 하였지만, 건설 지연과 보수공사 등으로 건설 비용은 계획의 3배까지 불어났으며, 또 잦은 고장으로 2009년 6월 현재 가동 준비의 시험 단계에 멈춰 있다. 그리고 최종 처분장은 막대한 정부의 경제적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신청하는 지자체가 없어 몇 년째 선정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재처리 추진을 둘러싼 일부의 주장은 정치적·경제적인 측면에서 비합리적이고 단순한 충동적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국제원자력기구의 국제적인 핵연료 공급보장 체제의 신설 구상(6월 중 제안) 및 과거 일본의 재처리 노선의 허가를 둘러싼 미국 및 국제사회의 민감한 반응 등을 고려하면, 한국의 재처리 노선은 정치적으로 비현실적인 제안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은 일본의 재처리 작업도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각각 추출하는 것이 아니라 둘을 혼합한 상태에서 추출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플루토늄을 단독으로 추출한 경우보다 3배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릴 뿐, 핵무기 원료에의 전용이 가능하므로 완전한 핵확산 방지책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본의 재처리 공장에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직원이 상주하여 사찰 활동을 하고 있다. 두번째로 재처리의 경제성을 보면, 재처리 공장, 산화혼합물 연료가공 공장, 최종 처분장, 플루토늄의 전용원전(고속로) 신설 및 보안 비용의 증가 등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요구되는데,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2003년 일본의 추산을 보면, 최종 처분장 및 고속로의 건설 등을 제외한 재처리 관련 비용만으로도(재처리 공장이 40년 가동한다는 가정하에) 33조7000억엔(약 400조원)에 달했다. 현재 한국에 400조원 이상의 재원을 투자할 정도의 여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 또, 재처리의 경우, 일반적인 우라늄 원료보다 연료비의 부담이 1.5배가량 많아진다. 이러한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경우, 비싼 전기료는 국민 생활과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핍박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처분에 관한 명확한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선결의 문제이다. 재처리 노선보다는 외국의 우라늄 광산의 자주개발·확보 및 우라늄전환·농축공장 등의 인가에 대한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내 원전의 연료 확보와 동시에, 국외에 국산 원전을 판매할 경우에도 우라늄 핵연료의 공급 보장이 필수적인 만큼, 국내에서 우라늄 핵연료의 가공공정이 완결될 수 있도록 협정의 개정을 요구하는 편이 더욱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본다. 북한의 우라늄농축 선언으로 미국 등의 국제적인 반응이 예전보다 민감할 것으로 생각되나, 재처리 노선보다는 우리의 상황에 적합한 제안이 될 것이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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