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6.03 21:51
수정 : 2009.06.03 21:51
한겨레를 읽고
“착한커피·착한옷…‘착한 소비자’와 만나다”(<한겨레> 2009년 5월11일치 25면)라는 제목의 기사는 세계 공정무역의 날 한국 페스티벌 현장 취재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기사에서는 필리핀 농민들이 수제로 만든 설탕을 ‘착한 설탕’이라고 지칭하고 있으며, 천연재료로 만든 의류를 ‘착한 옷’으로 소개하고 있는가 하면 윤리적 소비를 ‘착한 소비’라고 규정하고 있다.
‘착하다’는 고유의 우리말로서 본디의 말뜻은 사람의 성품이나 말과 행동이 도덕적으로 올바르다는 뜻이다. 따라서 ‘착하다’라는 수식어는 예로부터 사람이 아닌 사물이나 동식물, 집단, 사태 등과 관련해서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착하다’에 해당하는 한자어 ‘선’은 ‘많다’, ‘잘’, ‘교묘히’, ‘친하다’ 등의 뜻을 포함하고 있다. 착하다를 영어로는 ‘굿’(good)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 말에는 ‘좋은’, ‘유능한’, ‘진짜의’, ‘아름다운’, ‘즐거운’ 등의 여러 가지 뜻이 들어 있다.
‘착한 설탕’이라든가, ‘착한 고기’, ‘착한 밥상’ 등에 ‘착하다’라는 우리말의 본디 뜻을 적용해 본다면, 그러한 설탕, 고기, 밥상 등은 도덕적으로 바르게 행동하거나 마음씨가 바르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마디로 도덕적으로 행동하거나 도덕적인 마음씨를 가진 고기나 설탕, 밥상 등이 되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언어생활에서 혼란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착한 소비’ 역시 소비라든가 소비행위 그 자체는 엄밀하게 본다면 도덕성과는 매우 거리가 먼 인간의 행위가 되므로 적절한 언어적 표현이 아니다.
‘착하다’의 올바른 쓰임새를 확립하기 위한 몇 가지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각종 언론기관에서는 ‘착하다’의 본뜻을 확대하여 사용하는 글이나 기사, 광고, 방송 언어 등을 자제하고 삼가야 한다고 본다. 둘째, 특히 ‘착한 고기’와 같이 상호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합당한 명칭으로 변경하도록 자성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본다. 셋째, 사람이 아닌 대상에 관해서 ‘착하다’는 의미의 표현을 쓰고자 한다면 우리말에 ‘좋다’라든지 ‘아름답다’ 혹은 ‘멋있다’는 등의 적합한 수식어가 있으므로 이러한 말들로 대체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본다.
이강빈 서울 배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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