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의료급여 1종기준진단서 3개월 이상 강화
‘근로능력 없음’도 추가하게 해
비인도적 무리한 처사 의료급여가 1종에서 2종으로 전환되면 의료기관 이용 때 돈을 더 내야 함은 물론이고, 기초생활보장 수급권 또한 일반 수급자에서 조건부 수급자로 전환된다. 조건부 수급자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자활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추정소득이 최소한 42만원 부과되어 수급 대상에서 탈락된다. 다시 말하면 병으로 일을 할 수 없는 가난한 환자의 유일한 밥줄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이 중단되고, 의료비를 더 부담해야 되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초기에는 1개월 이상의 의사진단서가 발급된 환자를 근로무능력자로 인정해 주었다. 그런데 매달 진단서를 새로 받으니 복지담당 공무원의 행정업무가 과중해진다는 이유로 근로무능력자 자격요건이 3개월 이상으로 강화되었다. 전치 3주의 진단만 나와도 직장에 출근하기 힘든데, 12주의 진단이 나와도 근로능력자로 간주되는 것이다. 이렇듯 제도가 환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가혹함에도 불구하고 복건복지가족부는 올해부터 3개월 이상의 조건에, 진단서에는 의사의 ‘근로능력 없음’ 표기를 요구하는 조건을 더 추가하고, 명확하지 않게 서술된 진단서를 제출했거나 의심이 가는 경우에는 담당 공무원이 진단의사의 면담, 진료기록부 확인 등의 조사를 거치도록 했다. 이 지침이 시달되자 전국 각지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연들이 올라오고 있다. # 대구의 뇌졸중환자 독거노인 ㅂ씨는 동사무소에서 진단서를 제출하라는 독촉을 받은 후, 진단서를 발급 받아 오는 길에 쓰러져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3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근로무능력 입증을 하도록 해 병을 악화시킨 것이다. # 용산구 남영동장은 관내의 기초생활보장 수급 환자 187명에게 “의료급여 1종을 2종으로 바꾸었다. 만약 ‘근로능력 없음’이 명시된 진단서를 제출하면 다시 1종으로 바꾸어 준다”고 통보하였다. 의사도 아닌 구청장이 의료급여의 종류를 마음대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 진단서를 3번이나 제출했는데도, 담당 복지사가 진단서의 서술이 미흡하여 의사에게 전화했으나 연락이 안 되어 집을 방문했다면서, 외출 중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서 근로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닦달을 했다. 중증환자에게 강제로 외출시켜 진단서를 받아 오라고 해놓고, 외출하면 근로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 경기도 안산의 정신과 병원 의사 ㅈ씨는 ‘근로능력 없음’을 명시한 진단서를 발급했더니, 담당 복지사가 전화해서 길에서 폐지를 주울 정도의 근로능력도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에게 어떻게 폐지를 수집할 수 있는 육체적 능력을 기준으로 근로능력 유무를 판단하라는 것인가? # 용산의 ㄱ씨는 ‘노동능력 없음’이 명시된 진단서를 제출했더니 다시 ‘노동능력이 아니라 근로능력 없음’이 표시된 진단서를 발급받아 오라고 퇴짜를 놓았다고 한다. # 전남 영광의 디스크 환자 ㅅ씨는 몇 번 퇴짜를 맞은 뒤에 근로능력 없음이 명시된 3개월 이상의 진단서를 제출했더니, 장애 판정을 받아 오라고 했다고 한다. 디스크는 장애 판정이 나는 질환이 아니지만 디스크로 인하여 지체장애 판정 4급 이하로 나와야 근로무능력자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환자 이외의 다른 이유로 근로무능력자로 인정받는 사람은 임신 후 18개월 이내의 여성, 64살 이상의 노인, 18살 이하의 미성년자이다. 설령 ‘근로능력 없음’을 의사에게 인정받지 못한 환자라고 하더라도 3개월의 진단서가 발급되었다면 17살의 청년, 출산 후 5개월이 지난 여성, 64살의 노인보다 더 근로능력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복지부의 근로능력 기준은 환자에게 유난히 가혹한 처사로 형평에 맞지 않는다. 경기침체로 건강한 사람도 일자리 찾기 힘든 이 불황기에 아무도 고용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 뻔한, 3개월 이상의 진단서를 받은 가난한 환자가 근로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유일한 밥줄인 기초생활보장을 위협받고, 의료비를 더 부담하는 것은 비인간적인 처사이다. 설령 의사와 짜고 가짜로 진단서를 발급받는 나이롱 환자가 몇 명 있을 수 있더라도, 모든 환자를 일단 가짜 환자로 몰아넣은 후에 무리하게 근로무능력 입증을 요구하는 복지부의 처사는 가난한 환자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비인도적인 것이자 위법적인 처사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34조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수급자에게 불리하게 제도를 변경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복지부는 진단서 발급요건 강화를 철회하고 인간의 얼굴을 한 복지제도를 시행하라. 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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