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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0 17:27 수정 : 2005.05.20 17:27

주상복합 건물 ‘더 퍼스트 월드’의 전체 분양값은 평당 1천만원으로 환산해도 1조원이 넘는다. 이는 국제업무단지 167만평 전체의 토지 매입대금 10억달러를 웃도는 금액이다.

지난 3월부터 라디오 전파를 타고 “당신의 기준은 국내입니까, 세계입니까?”라는 송도지구에 관한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4월부터는 인천지하철과 경인지하철 등에 송도지구 국제업무단지 중심에 64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분양한다는 포스코의 광고가 게재되며 그 본색을 드러냈다.

분양광고에는 ‘세계적인 교육환경’ ‘세계적인 의료환경’ ‘세계적인 자연환경’ ‘세계적인 경제환경’ 등 현란한 문구들이 난무하고 있다. 최근 주상복합 건물 ‘퍼스트 월드’의 분양 결과 주택청약 경쟁률 8 대 1, 오피스텔 청약 경쟁율은 무려 67.6 대 1 등 최근의 건축경기와는 대조적인 대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최고 분양값은 주택이 평당 1200만원대, 오피스텔이 평당 800만원대로 인천도심의 현실과는 아주 대조적인 폭발적인 분양열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송도 경제자유구역이 애초의 조성목적과는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게일사와 포스코가 8 대 2로 자본을 출자해 합작으로 개발하는 국제업무지구는 애초 경제자유구역의 핵심 목적인 외국자본과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주상복합 건물이 내국인들의 부동산 열기로 바글바글한 반면, 국제업무단지 안에는 단 1건의 외국기업 유치실적이 없다.

있다면 오직 아이티·비티(IT·BT)단지에 에이즈백신을 생산하는 기업을 유치한 것이 전부다. 그런데 이 바이오산업이라는 에이즈백신 회사도 뭔가 수상하다. 왜 굳이 우리나라에 에이즈백신 회사를 세우겠다는 것인가? 매우 엄격한 관리기준이 필요한 에이즈백신 제조회사를 제대로 관리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우리나라에 공장을 지으려는 의도라면 에이즈 백신회사에 대한 투자유치도 결코 반길 일이 아닌 것이다.

한편, ‘퍼스트 월드’의 전체 분양값은 평당 평균 1천만원으로 환산해도 1조원이 넘는다. 이는 국제업무단지 167만평의 토지 매입 대금 10억달러를 넘는 금액이다. 주상복합 건물 4동을 지어서 토지 매입 대금을 마련한 셈이다. 과거 돈 한 푼 없이 아파트를 지었다던 신화적 건설회사의 ‘명성’과 봉이 김선달이 떠오른다. 바뀐 것이 있다면 내국인이 외국의 부동산업자로 바뀐 것뿐이다.

그나마 외국자본을 유치할 줄 알았던 게일사가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위해 6월 조달할 예정인 1억8천만달러도, 3천만달러를 제외한 1억5천만달러를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등 국내은행을 통해 조달했다는 것이다. 무수한 생명을 죽이며 개펄을 매립해서 만든 땅을 외국 부동산회사에 헐값에 팔고도, 순수한 의미의 외국자본도 유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게일사가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징후도 느낄 수 없다. 인천시만 조바심에 몸이 단 한심한 형국이다.

지난 4월14일, ‘퍼스트 월드’ 분양이 있기 한달여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 새도시를 동북아지역의 다국적기업 본부를 유치하는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만들겠다며 ‘송도 국제도시’로 명명하면서 그 의미를 부여하였다. 그러나 지금 송도는 한바탕 투기바람이 지나가면 빈껍데기만 남을 ‘투기 국제도시’로 변모하고 있는 듯하다. 이것이 바로 공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변신한 포스코의 가치기준이다. 그래서 묻는다. “당신의 투기장 기준은 국내입니까, 세계입니까?”


한승우/인천녹색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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