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전문적 입학사정관도 없이올해 급작스레 뽑는 인원 폭증
잠재력 발굴 취지에 맞게 뽑기보다
출신고교가 영향 미칠 가능성 커져 2008년 8월22일 금요일 오후 3시께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중앙대학교의 입학사정관제 ‘레오나르도 다빈치 전형’에 최종 합격한 일이었다. 당시 나와 같이 합격한 동기들은 총 30명, 입학사정관 제도가 도입된 원년이라 그 수가 비교적 적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각종 언론 매체에서 입학사정관제가 대폭 확대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난해에는 16곳이었던 것이, 올해는 49곳(전국 4년제 대학의 약 4분의 1)으로 3배가 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존에 작년부터 입학사정관제를 실행했던 학교에서도 그 인원을 대폭 늘렸다. 우리 학교의 경우 30명에서 120명으로 네 배나 늘었다. 이제 겨우 시작한 제도인데 이렇게 급속도로 확대되었다는 것이 놀랍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에 성공적으로 합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고교 1학년 이전부터 ‘스펙’을 쌓는 데 ‘올인’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간 날 때마다 봉사활동(사회복지학과)이나 문학 동아리(국어국문학과), 방송 활동 또는 교내 신문 활동(신문방송학과) 등을 통해 자신의 진로에 맞는 ‘스펙’을 쌓는 데 온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현 고2, 3에게는 ‘스펙’을 쌓을 시간이 부족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합격한 학생들이 ‘입학사정관 제도의 취지에 맞게 뽑혔는가?’라는 문제점이 드러난다. 입학사정관 제도의 취지는 ‘학생들의 성적만이 아닌 학생들의 개인 환경, 잠재력, 소질, 적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발굴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즉, 합격의 당락을 좌우하는 입학사정관의 주관성이 들어간다는 뜻인데, 학생의 개인적인 ‘스펙’이 아닌, 학생의 출신 학교가 합격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입학사정관제가 ‘고교 등급제’를 합리화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자면 전문적인 ‘입학사정관’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입학사정관 제도는 아직 초기 단계라 전문적인 ‘입학사정관’이 부족하다. 현재 우리나라 입학사정관제의 현실은 이제 겨우 돌을 지난 갓난아기에 불과하다. 입학사정관 제도의 혜택을 받을 학생들은 혜택을 받기 위한 노력의 시간이 부족할뿐더러, 국내에는 전문적인 입학사정관이 거의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무리한 입학사정관 제도의 시행은 입학사정관제를 선진교육의 ‘KTX’가 아닌, ‘폭주하는 기관차’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이상일 인천 남동구 만수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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