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손민한 선수 ‘에이스 투구’만큼노조결성에 박수를 보낸다
선수전체 권익보호는 또하나의 진보다 나는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다. 나는 지난해 꼴찌 롯데를 강팀으로 바꾼 로이스터 감독의 지도력에,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의 호투에, 이대호와 가르시아의 홈런포에 열광했다. 게다가 야구 국가대표팀은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 세계야구클래식(WBC)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야구가 있어 행복한 날들이었다. 물론 스포츠를 매개로 한 지나친 상업주의, 국가주의, 승리지상주의를 경계하지만, 열심히 땀 흘린 선수들의 선전과 9회말 투아웃까지 끝나지 않는 야구의 매력에 대한 팬들의 환호만큼은 죄가 없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롯데가 올해는 최하위권에 처져 있다. 무척 안타깝다. 롯데 부진의 중심에 컨디션 난조로 한 번도 등판하지 못한 손민한 선수가 있다. 손민한 선수가 어서 컨디션을 회복해서 예전 같은 멋진 투구를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런데 프로야구 선수협 회장인 손민한 선수가 ‘느닷없이’ 프로야구 선수노조를 결성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워낙 굵직한 이슈가 많은 탓인지 별다른 호응이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비난만 넘쳐난다. 프로야구 선수가 노동자냐? 야구나 잘할 것이지 웬 노조냐? 모처럼 찾아온 프로야구 흥행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무책임한 행위다. 야구팬들에 대한 배신이다. 경제도 어려운데 시기상조다 등등.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려고 할 때, 집회·시위를 하고 파업을 할 때마다 기득권 세력은 경제가 어렵다고, 국가경쟁력을 해친다고, 법위반이라고, 국민들의 불편을 담보로 한다고, 심지어 가뭄이라고,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얘기했다. 도대체 노조를 결성해도 좋을 때, 노조가 파업을 해도 좋을 때는 언제인가? 노동자가 자신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노조를 결성할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이다. 프로야구 선수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노동자로 분류하기는 어려우나 사용자의 지배·감독 하에 종속적으로 스포츠라는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임이 분명하다. 손민한 선수처럼 보통 사람들은 꿈도 못 꿀 고액 연봉을 받는 사람이 무슨 노동자 타령이냐는 정서적 거부감도 강할 것이다. 그러나 고액 연봉자라고 해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박탈할 수는 없고, 스타 선수의 연봉이 적절한 수준인가의 문제와 노조 결성은 별개의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그리고 노조는 스타 선수의 권익이 아닌 전체 선수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단체이다. 나는 손민한 선수가 팀의 에이스로 멋진 투구를 해 주길 바라지만, 선수협 회장으로서 노조 결성도 성공적으로 해내길 바란다. 팬으로서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후자에 더 역점을 두느라 선수로서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아니 박수와 격려를 보낼 것이다. 노조 결성은 공익적인 일이고 사회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손민한 회장이 노조의 사회적 의미나 노동자로서의 계급의식 없이 단지 자신과 프로야구 선수들만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동기에서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프로야구 선수노조의 결성은 또 하나의 사회적 진보라고 믿기 때문이다. 류제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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