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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26 18:02 수정 : 2009.04.26 19:32

왜냐면

녹색성장법, 종합계획에 불과
탄소 규제 등은 수사뿐
‘공 넘어간’ 국회에서
입법권 제대로 보여줘야

기후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늦었더라도 앞으로 더 큰 피해를 줄이려는 각국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작년 말에 영국에서는 온실가스 감축량을 정부 계획이 아니라 ‘기후변화법’을 제정해서 정했다.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80%를 감축하겠다는 것인데 매년 3%씩 감축을 목표로 잡았다. 지난 3월에는 미국에서도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에서 ‘미국 청정에너지 및 안보법’ 초안이 발표되었다. 2005년 대비 20%(2020년), 42%(2030년), 83%(2050년)로 단계적으로 감축량을 늘리겠다는 감축 목표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도 기후변화대책기본법 마련을 위해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논의를 진행해 왔다. 그런데 올 1월 정부는 갑자기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입법예고 했다. 기존의 기후변화대책 내용과 이명박 대통령이 주창한 녹색성장의 두 가지 내용이 합쳐 있는 것이다. 이 법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정부가 법과 정부의 종합계획을 혼동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녹색성장’보다 상위 개념으로 이를 포괄하고 있는 지속가능발전법도 있고 ‘에너지기본법’도 있다. 법은 법이 하고자 하는 초점이 명확해야 한다. 이것저것 섞어 놓으려면 법보다는 정부 종합계획을 세우는 것이 낫고, 종합계획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관련 개별법의 내용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은 기후변화대책을 위해 작년 말에 ‘기후변화법’ 외에도 ‘에너지법’, ‘국토계획법’의 내용을 강화해서 확정했다.

녹색성장법은 감축 목표도 없으며 중장기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뿐이다.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도, 에너지세나 탄소세와 같은 제도도 산업계의 반발로 대폭 후퇴해서 화려한 수사만 남고 법 기능은 거의 사라졌다. 법에서 제시한 규제에 대해서도 위반하면 업계에서 부담해야 하는 과태료가 1천만원 이하이니 산업계에는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당장에는 온실가스 총량을 보고하고 감축 목표를 잡는 것이 산업 활동을 방해하는 규제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국제시장은 기후변화를 키워드로 온갖 규제들이 재편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이 단순히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만으로 그렇게 강력한 법을 제정하지는 않았다. 대형차와 연비 낮은 차만 고집하고 변화를 거부하던 미국의 3대 자동차 업체가 몰락하는 것을 보고도 한국의 산업계는 정신을 못 차린 것일까.

녹색성장 기본법이 밝힌 기본 원칙, ‘지속가능한 신경제체제를 구축’하고 ‘오염자부담 원칙에 입각하여 녹색생산·소비 활동을 촉진’하며 ‘에너지이용 효율성을 높이고’, ‘화석연료의 사용을 단계적으로 축소’하여 ‘에너지 다소비형 경제 구조를 저탄소 녹색경제구조로 단계적으로 전환한다’는 산업계 앞에만 서면 나약해지는 화려한 수사로 둔갑해버렸다.

의원 발의된 3개의 기후변화대책법과 정부에서 제출한 녹색성장법에 대한 공청회와 법안 소위 등 기후변화대책특별위원회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고 입법권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왔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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