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WBC에서 재미 본 미국과 일본그 배후엔 MLB와 에이전트 덴쓰
스포츠 이벤트 성공엔 돈이 필수
스포츠시장 성장전략 논의할 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과 일본 국민들이 열광할 때 뒤에서 미소를 짓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회를 연출한 프로모터와 권리를 사서 판매한 에이전트, 그것을 구매한 방송사 그리고 후원기업과 광고주가 그들이다. 사업의 기본인 상대방의 가치도 높이고 나도 돈을 벌고 그야말로 서로가 윈윈한 경우이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서 스포츠 콘텐츠라는 위력에 새삼 놀랐을 것이다. 영화 <올드보이>는 한 달 뒤에 봐도 감동이 그대로지만 3월24일 WBC 한-일 결승전은 단 1회뿐이다. 야구를 모르는 사람도 숨을 죽이며 지켜보았다. 스포츠의 생생함이 담겨 있는 생방송의 위력이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이런 킬러 콘텐츠 중계권을 확보한 국내 스포츠마케팅 회사인 IB스포츠는 이번에 판매력에 대해 새삼 느꼈을 것이다. 티브이 중계권 비즈니스는 판매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려면 각 나라 방송사를 잘 알아야 한다. 권리를 쥔 쪽에서는 한 곳에서 몽땅 사주길 원한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중계권을 한 곳에 몰아주어도 그것을 살 무모한 회사는 없다. 사도 다 팔 수 있을지 장담을 못하기 때문이다. 남아공이 주최하는 2010년 월드컵 대회의 경우 유럽지역은 5개 방송사가, 아시아는 일본의 광고회사 덴쓰가 중계권을 갖고 있다. 매출 26조원이 넘는 세계적 광고회사 덴쓰는 그것도 조심스러워 경험 많은 스위스 회사인 인프론트와 합작하여 아시아 중계권을 판매하고 있다.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IB스포츠와 중계권 협상에서 승리한 지상파 3사는 쾌재를 불렀지만 국내 스포츠시장의 파이가 작은 것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있을 것이다. 티브이방송사, 케이블사, 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가 한국 스포츠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차원에서 스포츠마케팅 발전에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이 힘이 센 건 기본적으로 두 나라 광고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10억 이상의 인구를 가진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광고시장에서 선두를 나란히 차지한다. 스포츠이벤트로 돈을 벌려면 광고주를 불러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킬러 콘텐츠일수록 광고주는 많아지고 중계권도 오른다. 한-일전에 열광하는 동안 장외에서 돈의 숫자는 위아래로 요동친다. 이런 일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키는 주역은 에이전트들이다. WBC에서 미국과 일본이 재미를 본 건 프로모터인 MLB와 일본 에이전트인 덴쓰의 힘이다. 누군가 WBC라는 대회를 기획한다면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안 된다. 참가팀에 엄청난 상금도 줘야 하고 광고주도 끌어모아야 한다. 이런 역량을 가진 프로모터와 에이전시는 많지 않다. 이들이 힘을 합친 것이다.
한국도 인기 스포츠를 중심으로 이제는 백년대계 스포츠시장 성장 전략을 논의할 때다. 신재휴 서울시립대 생활체육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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