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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08 22:18 수정 : 2009.04.08 22:18

왜냐면

지난달 반환기지 한-미 협상서
미국쪽 오염기준 받아들여
한국이 위해성 보고서도 작성키로
오염평가 비용까지 떠안아

지난달 19일 외교통상부, 환경부, 국방부는 반환기지 환경 정화에 대해 주한미군과 진행한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2007년 오염이 심각한 파주 캠프하우즈 등 23개의 기지를 정화 없이 돌려받은 후 처음 발표한 한-미 협상 결과다.

2005년부터 진행된 반환 미군기지 환경 협상의 핵심 쟁점은 ‘정화 기준’이었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소파)에 따르면, 반환되는 미군기지의 오염은 미국이 정화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한국법을 따라야 한다고 하고, 미국은 키세(KISE), 즉 ‘인간 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오염’만 정화한다며 서로 다른 정화 기준을 주장해왔다.

협상 결과, 한국 정부는 소파 규정상 오염 치유 기준인 키세 해당 여부 판단을 위해 ‘위해성 평가’ 방식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주장한 정화 기준인 키세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위해성 평가’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 발견된 오염 물질이 인간에게 어느 정도 해를 끼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번 협상에 따라 조사 대상이 되는 4개의 사격장은 납·구리 등 중금속 오염이 심각하다. 그러나 사람이 살지 않는 민통선 안에 있기 때문에 인간 건강에 미치는 위험을 파악하는 ‘위해성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인구 밀집 지역인 부산 하얄리아 기지는 어떻게 될까? 이 기지의 오염 물질이 주변 지역 인간 건강에 미치는 위험을 파악하려면 평가 기준이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한국에는 아직 그런 시스템이 없다. 위해성 평가 도입을 검토했던 한 연구기관은 “국내 현실에 맞지 않아 수년간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 국내법으로는 오염 물질과 오염 수준을 파악해 일정한 기준 이하로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게 정화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법에 따라 발견된 오염이 키세 기준으로는 오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2005년 환경부는 미국에 ‘키세에 따라 분석한 결과를 달라’고 했지만 미국은 분석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한국이 국내법으로 조사한 결과 오염 물질, 수치, 분포도, 영향 등을 기록한 보고서를 미국에 제시한 만큼, 미국은 그들이 주장하는 키세 분석 결과를 제시해야 맞다. 그러나 미국은 돈을 아끼려고 소파 규정상 보장된 공동 조사도 하지 않았고 분석 결과도 제출하지 않았다.

분석 결과가 없으니 협상이 진전될 수 없다. 그 때문에 한국이 주한미군이 해야 할 위해성 평가를 대신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한국법에 따른 조사 보고서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식에 따른 키세 보고서도 만들어야 한다. 미국은 돈을 아끼려고 조사도 하지 않는데 한국은 주한미군의 보고서까지 작성해 주고 그 인력과 비용을 모두 부담하게 된 셈이다.


2007년 한국 정부는 반환된 기지 23곳의 정화 비용으로 1197억원을 추정했지만, 작년 말 3200억원으로 훌쩍 증가했다. 2014년까지 반환받게 될 42개 기지는 여의도의 18배에 이르는 52.88㎢다. 2007년 셈법으로는 1조원가량 추정되지만 용산 기지처럼 툭하면 오염이 발견되는 사고 다발 지역은 훨씬 많은 정화 비용이 든다. 미국이 부담해야 할 정화 비용을 받아내기는커녕 위해성 평가 비용까지 떠안게 되었다. 게다가 한국이 진행한 위해성 평가 결과를 미국이 수용하여 오염을 정화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소파를 개정해야 한다는 국회의 요구사항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이번 협상 결과 한국 정부는 국민 세금만 더 낭비하게 되었다.

고유경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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