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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05 18:32 수정 : 2009.04.05 18:32

왜냐면

석면 피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환경부는 현장조사조차 제대로 안해
‘석면 파우더’도 노동부 감독 소홀 탓
시민들의 집단소송밖에 답이 없다

지난 금요일 아침 강남에 사는 한 엄마가 광화문 환경운동연합 사무실로 찾아왔다. 한 손에는 40개월 된 그의 아들에게 3년간 사용했다는 콤팩트형 베이비파우더를 들고서. 그는 매우 흥분해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발표에는 이 제품에 석면이 들어 있지 않다고 했는데 3~4년 전에 만들어진 제품에도 석면이 없는 건지 불안하다고 했다. 제조사에 물어봤더니 무조건 괜찮다고 하다가 ‘가지고 있는 제품을 검사해서 나오면 어쩔 거냐’고 했더니 ‘원하는 게 뭐냐’는 식의 답변이 돌아왔단다. 식약청에 전화했더니 바쁘다며 책임 있는 답변 한마디 못 들었단다. 그는 식약청과 제조사에 대한 고발인으로 참가하겠으며, 나아가 집단소송에도 참가하겠다고 했다.

‘베이비파우더 석면 검출 사건’이 한국 엄마들을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에서 ‘석면피해 신고센터’를 개설했는데 하루 만에 인터넷으로 200여명, 전화로 20건이 접수됐다. 베이비파우더의 원료로 쓰인 탤크(활석)와 석면의 관계는 명백하다.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1987년에 석면이 인간에게 중피종 등 암을 일으키는 증거가 충분하다며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그런데 석면 혼합물을 표현하면서 특별히 괄호 열고 ‘탤크 속에 들어 있는 석면’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의 탤크를 공급한 약품회사 누리집(홈페이지)에 게시된 물질안전보건 자료에는 탤크의 발암성이 ‘없음’으로 되어 있다. 만약 노동부가 이 사업장의 문건을 제대로 지도·감독했다면 석면 파우더를 만들지 못하도록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사용된 석면에 대해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석면은 불에 강하고 전기 절연성이 뛰어나 3000여곳에 사용되고 있다. 건축자재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자전거의 브레이크 라이닝, 토스터, 냉장고, 세탁기 등 각종 생활용품에도 쓰인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관련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최근 충북과 강원도의 석면 폐광산 지역과 서울시내 한복판에 있는 삼성 본관 건물 주변이 석면에 오염되어 있다는 조사도 있었다. 모두 석면의 환경성 오염에 관한 문제들이지만 환경부는 현장조사를 한 번도 하지 않고 있다. 몇 개월째 석면 문제가 신문과 방송에서 들끓고 있는데도 ‘관계부처 합동 석면정책협의회’를 열지 않고 있다.

삼성 본관 내부와 외부의 석면 오염에 대해 시민단체와 삼성의 주장으로 맞서자 노동부가 현장조사를 했다. 그런데 미국에까지 보내 정밀분석했다는 조사 결과를 한 달이 다 되도록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삼성 관계자가 연일 노동부를 방문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지는 일이다. 누가 삼성의 로비와 압력을 의심하지 않겠는가? 석면 피해가 확산되자 여당과 야당이 모두 4개의 석면특별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는 법안 검토를 미루고 있다. 관계 당국과 국회가 이 문제에 대해서 이처럼 무책임,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베이비파우더로 화난 엄마들이 나서는 것처럼 자발적 시민운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당국자와 제조사를 고소고발하고 피해소송을 통해서 법정에서 죄를 묻고 심판하는 시민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예용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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