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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29 21:14 수정 : 2009.03.29 21:14

왜냐면

‘일제고사는 창의력 말살 시험이다’에 대한 반론

이명박 정부는 ‘무책임한 학교’에 대해
일제고사는 학력미달자 대책이라는
방어논리로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편다
전교조는 대국민 ‘정치’를 하라

나의 칼럼 ‘일제고사, 반대가 능사인가?’(3월10일치)에 대한 이천만씨의 반론 ‘일제고사는 창의력 말살 시험이다’(3월19일치)는 한마디로 평가에 대한 교육학적인 강의록이다. 나는 교육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지당한’ 말씀에 근거하여 일제고사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통념에 반대한다. 왜냐하면 교육은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을 만나 보라. 이들은 학교의 무책임함에 질려서, 아예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다. 수업하다가 ‘이거 학원에서 다 배웠지?’, 질문하러 갔다가 ‘학원 선생한테 물어봐’, 상담하다가 ‘이 과목 저 과목은 학원에 다녀’라는 말을 듣는 경험들. 교육에 대한 한국 사회의 기대수준이 빠르게 상승한 것에 견줘 보면, 우리 공교육은 이전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는 오히려 퇴보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명박 정부는 이처럼 ‘무책임한 학교’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대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일제고사에 대한 공격에 이미 방어논리를 가지고 있다. ‘기초학력 미달자에 대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이를 재반박할 수 있는 논거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로 기초학력 미달자의 비율과 분포는 표집평가로도 알 수 있으며, 만일 전집평가(일제고사)를 꼭 봐야겠다면 미국처럼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라는 것. 둘째로 기초학력 미달자에 대한 가장 선진적이고 효율적인 대책이 핀란드에 이미 존재하므로 이를 본받자는 것. 핀란드 교육은 여러 가지 면에서 감동적이지만, 나는 보충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을 일정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집에 안 보내고 일대일로 씨름하는 핀란드의 강력한 ‘책임교육’에 충분히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매한 철학이 참담한 현실을 가릴 때, 우리는 이를 ‘개똥철학’이라고 부른다. 이런 의미에서 진보진영의 지배적인 교육담론이 부분적으로 ‘개똥교육학’의 구실을 해 왔음을, 그리고 개똥교육학으로는 ‘교육정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냉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일제고사와 관련된 교육정치는 무엇보다 ‘무책임한 학교’에 대한 대중의 뿌리 깊은 혐오와,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과의 경쟁 구도라는 조건 속에서 이뤄짐을 알아야 한다.


경위야 어쨌건 전교조는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 후보가 당선되면…’이라는 협박에 일거에 반대 후보를 당선시키는 위력(?)을 갖게 되었다. 만일 반이명박 반사이익에 안주한다면, 그리고 환원주의와 개똥교육학에 기댄다면 이 ‘위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전교조가 재활하려면 자신이 보유한 자산들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이를 무기 삼아 과감한 대국민 ‘정치’를 해야 한다.

이범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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